김한 사진展(갤러리 조이)_141216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면이 있다. 그들은 주로 카메라 하드웨어적인 부분과 이미지 리터칭에 관심이 많고 찍은 사진을 제 3자에게 보여줄 인터넷 사이트를 자주 이용하며, SNS 등에도 사진을 올린다. 과거에는 필름 카메라로 촬영을 해서 인화를 한 후 앨범이나 액자에 넣었던 프로세서가 이제는 조금 더 세분화 되었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 한 후 디지털 후보정을 하고 인화를 하거나 파일 상태로 인터넷 사이트 또는 SNS에 올린다. 그리고 올린 사진에 대해 피드백이 들어오면 익명의 평가자를 대상으로 정보도 교환한다.

달맞이 언덕에 있는 갤러리 조이에서 만난 김한 작가는 사진이란 매체에 대해 독특한 접근법을 가지고 있다. 그는 시와 사진을 결합하여 이해하려 한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작가가 세상을 향해 뭔가를 말 하려고 할 때 사진 뿐 만 아니라 ‘시’라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아!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조만간 포토에세이집 <사진가 구보씨의 일일>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갤러리 조이는 꽤 넓은 편인데 이 공간에서 김한 작가는 많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사진은 일련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작가 설명에 의하면 그것은 ‘천지인’에 대한 내용인데, 설명을 듣고 전시장을 둘러보니 과연 그렇다. 하늘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하늘과 땅이 접하는 사진, 땅을 찍은 사진, 인물들이 등장하는 사진이 그렇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혼돈(카오스)의 장면으로 귀결된다.

웹이미지

『팔을 벌려 한 아름 나무를 끌어안는 일.

벌릴 만큼 벌렸으니 모자라지 않습니다.
팔의 길이 이상으로 뻗을 수는 없으니 과하지도
않습니다. 이와 같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상태를 가리켜 우리는 아름다움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무수히 많은 아름다움들이 천·지·인의 운행 속에서
저마다의 표정을 지닌 채로 흘러가고 있지요.

저는 인간과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가 만들어내는 이
위대한 표정들을 한 장 한 장 카메라로 담아내었습니다.』<작가 노트 중에서>

하늘과 땅이 담긴 사진 중에 소나무가 자주 등장한다. 소나무는 하늘의 기운을 땅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천․지’의 의미가 끝나는 곳에는 네 컷의 사진이 등장한다. 네 컷에는 굽어 돌아가는 산길에 스님이 등장한다. 그 스님은 첫 컷에서 나타나고 둘째, 셋째 컷에서 산길을 걸어서 움직이는 장면이 등장하며, 마지막 컷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생성된 것은 성장하고 성장한 것은 다시 소멸합니다. 또 이것은 소멸에서 끝나지 않고 다시 생성하는 무한 반복을 의미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그의 사진전 마지막 결론은 두 컷의 겨울 연꽃으로 마무리 된다. 작가는 세계의 표정, 인간의 표정을 보면서 모호성이 표정의 본질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작품에는 카오스라는 제목이 붙여 져 있다. 세상 사람들은 어떠한 표정에 대해 객관화하고 규정지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규정지으려는 순간 독단, 독선, 도그마가 생성된다. 결국 모호성을 인정하고 그것이 본질에 가깝다는 의미인 것 같다. 작가는 작가 노트 마지막에서 다음과 같이 관객에게 제안한다.

“존재의 표정 속에 담긴 그 내밀한 이야기들을 읽어 내거나 혹은 못 읽어 내거나는 오로지 당신의 몫인 것입니다. 아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표정도 참으로 아름답군요.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김한 작가의 사진전은 갤러리 조이에서 12월 25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조이
– 일시 : 2014. 12. 16 –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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