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호展(갤러리 마레)_20160105

수영만아이파크 아파트상가에 위치한 갤러리 마레에서는 밥그릇에 담긴 쌀을 소재로 수년째 작업 하고 있는 박주호 작가를 초대해서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필자는 2014년 10월 말 박주호 작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부산 중앙동에서 13명의 아티스트가 즉석에서 감독 없이 연극 하는 엑시플레이(Exhibition + play) 방식의 공연을 하는데 촬영을 부탁했다. 그런데 결국 가지 못하고 미안한 마음이 늘 가슴 한 구석에 남아 있었다.

갤러리 마레는 2016년 첫 전시로 박주호 작가를 초대했다. 일전에 약속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도 있고 해서 전시 시작 후 바로 갤러리를 찾았다. 박 작가의 ‘살’ 시리즈는 ‘쌀이 곧 밥이며, 밥은 살이 된다. 살은 육체이며 죽으면 땅으로 되돌아가 거름이 되고, 그 거름으로 다시 쌀이 된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작가는 밥그릇과 쌀의 형태를 사실적으로 그린다기 보다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따뜻한 밥을 표현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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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밥 한 그릇을 생각하며 막내의 입에 들어갈 생각에 본인의 손끝을 저미는 시린 감촉은 잊어버리고 몇 번이고 쌀뜨물 속을 헤맨다.
시작은 어머니다. 젖으로 시작하여 허기진 배를 채워 주고자 내어주신 어머니의 따뜻한 밥 한 그릇에 담긴 넘쳐나는 마음에 위로만 있을 뿐이다. 막내는 관심과 간섭을 구분 하지 못한 채 하염없이 받기만 한 마음에 고마움은커녕 주는 밥도 못 먹는다. 어리석게도 배가 고픈 이유를 찾지 못한다.
밥 한 그릇은 기(器)에 담긴 마음이다. 그 형상은 고봉밥이 되어 태산만한 가르침으로 다가오기도, 자작한 보리차에 말아져 쉬이 삼킬 수 있을 정도의 위로로 다가오기도 하여 마음을 받은 이를 위해 매번 다른 풀이와 해석으로 그 형상이 변화한다.
펼쳐지고 흩어졌다 모여 밥이 되는 순간이다. 쌀은 밥이 되고, 밥은 살이 되고, 살은 다시 쌀이 된다. 이것과 저것이 같음은 교감에서 오는 것이다. 마음의 깊이는 어지럽게 널려 가로막은 벽을 가진 미로처럼 복작거리어 번거롭고, 알 수는 없지만, 본능적인 연민(憐憫) 이다. 그 마음에 온기 가득하길 바래본다. 오는 마음에 가는 고마움은 순조롭고 고요한 이치다. 오롯이 어머니가 쌓아올린 밥 한 그릇은 화(和)이다.』<작가노트 중에서>

이번 전시에 선 보이고 있는 작품에는 작가의 마음 상태를 캔버스에 온전히 옮기려고 노력했다. 작가는 작업을 위해 붓을 들고 캔버스에 칠을 하는 순간을 중요히 생각한다. 그 때 작가의 몸이 얼마나 반응하고 있으며 붓 끝에 에너지가 얼마만큼 듬뿍 담겼는지를 염두하며 집중하여 그린다. 장시간 작업을 하면 그러한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때문에 이번에 출품한 몇 작품에서 밥그릇을 그릴 때는 캔버스에서 붓을 떼지 않고 한 번에 밥그릇을 그렸다. 비록 그릇을 그리는 시간은 짧을지라도 거기에는 작가의 고도의 집중력과 에너지가 담기게 된다.

밥은 결국 소통을 위한 매개체이다. 가족, 직장, 친구들과 식사를 같이 한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담겨져 있다. 그 시간을 통해 가족 간 대화를 하고, 근무시간에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나누며,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추억을 반찬삼아 밥을 먹는다. 그래서 박주호 작가의 작품은 단순하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이 담겨 져 있다. 오늘따라 가족들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 한 그릇이 먹고 싶어진다. 박주호 작가의 이번 전시는 1월 15일까지 갤러리 마레에서 계속된다.

– 장소 : 갤러리 마레
– 일시 : 2016. 1. 5 –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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湯気(ゆげ)がゆらゆら立(た)ち上(のぼ)る白(しろ)いご飯(はん)を炊(た)きながら、出来上(できあ)がって末(すえ)っ子(こ)の口(くち)に入(はい)っていく思(おも)いで、本人(ほんにん)の指先(ゆびさき)が冷(つめ)たくてしみれることも忘(わす)れて、何度(なんど)もとぎ水(みず)をかき混(ま)ぜる。

初(はじ)めは母(はは)だ。乳(ちち)を始(はじ)め、すいたお腹(なか)を満腹(まんぷく)させてくれた母(はは)の温(あたた)かい白(しろ)いご飯(はん)に込(こ)められた溢(あふ)れる心(こころ)に慰(なぐさ)められる。末(すえ)っ子(こ)は関心(かんしん)と干渉(かんしょう)の違(ちが)いもわからないままで、さりげなくもらう一方(いっぽう)で、感謝(かんしゃ)の気持(きも)ちはなく、いただいている白(しろ)いご飯(はん)さえ食(た)べられない。愚(おろ)かにお腹(なか)がすく理由(りゆう)さえ気(き)づけない。

白(しろ)いご飯(はん)、一杯(いっぱい)は器(うつわ)に込(こ)められた心だ。その込(こ)められた心(こころ)は山盛(やまも)りのご飯(はん)になって、泰山(たいざん)のような教(おし)えにもなり、それが麦茶(むぎちゃ)に混(ま)ぜられて、食(た)べやすくなり、それがまた慰(なぐさ)めになったりして、その慰(なぐさ)めが毎回違(まいかいちが)う形(かたち)に変化(へんか)していく。

広(ひろ)がったりばらついたりして白(しろ)いご飯(はん)になるのだ。お米(こめ)はご飯(はん)になり、そのご飯(はん)が我(われ)らの身(み)になり、その身(み)がまたお米(こめ)になる。あれこれが同(おな)じなのは共感(きょうかん)からくるのだ。心(こころ)の深(ふか)さはあちこちに広(ひろ)がり、隔(へだ)たれた壁(かべ)の迷路(めいろ)のように複雑(ふくざつ)で煩(わずら)わしくて、全部(ぜんぶ)わかりにくくなっていくが、これが本能的(ほんのうてき)な憐憫(れんびん)である。その心(こころ)に温もりが溢れるように祈(いの)る。お互(たが)いの思(おも)いで触(ふ)れ合(あ)う心(こころ)、それが順調(じゅんちょう)であり、静(しず)かな道理(どうり)である。完全(かんぜん)に母(はは)がくれた山盛(やまも)りの白(しろ)いご飯(はん)が和(わ)である。<作家のノートの中で>

-場所:ギャラリーマレ
-日付: 2016. 1. 5 –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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