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화 작품전(산복도로갤러리)_100809

산복도로를 향한 계단은 가파르고 길게 이어져 있었다. 더군다나 계단 위에서 아래를 보는 시선은 아찔하기도 하다. 군데군데 산동네의 애환이 서려 있기도 하다. 한 뼘 정도 열린 방문 너머로 바로 방이 보이는 집도 있다.

아마도 ‘산복도로갤러리’는 이러한 주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져 주기 위해 만들어졌나보다. 올해 3월 대안공간 ‘오픈 스페이스 배’가 부산 동구 수정동과 초량동 일대 산복도로를 대상으로 공공미술 프로젝트 ‘산복도로 1번지 – 도시에는 골목길이 있다’를 진행하면서 만들어진 ‘산복도로갤러리’는 경비초소로 사용되던 건물을 전시실로 꾸민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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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대용, 문진우 작가에 이어 이번 세 번째 전시회는 시멘트나 폐건축자재로 비둘기나 고양이 등을 만든 김경화 작가의 ‘공구들’이란 작품이다. 딱딱하고 강한 공구들을 마치 ‘뿅망치’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어 붙이기도 하고 매달기도 했다.

『공구는 건설적인 이미지, 권력을 상징한다고 봅니다. 제가 천과 솜이라는 재료를 써서 공구를 재연하는 것은 그같은 힘을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일반 전시장에 전시할 때에는 작품을 만져볼 수 있게도 합니다. 요즘은 작품도 일종의 권력이 됐잖아요. 예술작품도 사람들이 만지고 그 위에 앉고 하는 일이 가능해야 한다고 봅니다.』 -작가 인터뷰 중에서 –

피난민, 달동네, 경제발전. 이러한 단어들은 ‘산복도로’와 ‘공구’라는 단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오다가다 주민들이 힐끔힐끔 쳐다보게 될 ‘산복도로갤러리’는 전후 복구와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들에게 가끔 여유를 가지고 쳐다볼 수 있는, 그리고 주민들에겐 마음의 안식을 주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김경화의 작품전은 이달 18일까지 계속된다.

– 장소 : 산복도로갤러리(부산시 동구)
– 일시 : 2010. 8. 9 – 9월 18일

추PD의 아틀리에 ab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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