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展(갤러리 조이)_20161227

붓으로 빚은 도자기

최영미(갤러리 조이 대표)

작업실에 들어선 순간 마치 명장 도공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 거대한 항아리와 접시가 고요함과 너그러움을 품은 채 담백하게 또 경쾌하게 시야를 압도했다.
그의 그림은 그 사이 더 무르익어 있었다.
감정이 이입된 도자기들은 더 이상 무생물이 아닌 독립된 생명체로서 나름의 호흡으로 각자 개성을 드러내며 그들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첫눈에 들어온 벽면을 가득채운 분홍빛 베이스의 넓은 접시는 온유하고 따뜻한 무한한 사랑의 포용력으로 마음을 사로잡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유순해져 그간의 쌓인 것들이 절로 치유가 되어 행복한 미소가 번져 나왔다.
아마도 작가는 이 접시를 붓으로 빚으면서 겸허한 마음으로 일상의 모든 것들에 감사하며 사랑이 충만한 그 누군가를 맘속에 두었을 것이다.
이렇듯 작가는 실제로 존재하는 도자기의 형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 품은 생각들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도공의 정갈한 마음으로 붓으로 빚은 도자기를 탄생 시키고 있었다

이전 오랜 시간동안 작가는 인물화에 천착했었다. 그 내공이 도자기를 통해 여실히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그림 속 도자기는 선생님의 구호에 맞춰 귀엽게 재잘거리며 나란히 줄지어 걸어가는 천진무구한 유치원생이 되는가 하면, 다섯 살 사랑스런 딸아이가 되기도 하고, 달콤한 첫사랑이 느껴지는 그들로도 등장하며, 힘든 세상 속에서도 굳건히 자아를 실현하려 노력하는 우리들 자신이 되기도 한다.
항아리를 그리는 그는 행복해 보였다. 보름달 같은 달 항아리를 그리며 넉넉하고 푸근한 포용력을 갖춘 채움과 비움의 의미를 깨달은 듯 보였고, 오랜 붓질에서 느림의 미학을, 비움이 있어야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여백의 미학을 이미 깨우친 듯 내면이 단단해져 보였다.

완벽한 조형미 보다는 약간의 부정형의 둥그스름한 그의 달 항아리는 수수한 원 형태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며, 구연부(口緣部)에서 굽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자연스런 곡선과 은은한 색은 식상하지 않고 볼수록 깊은 맛이 더해져 매력적이다.
전통을 그대로 고수하는 명장의 고집이 느껴지는, 수없이 많은 붓질로 마음속 빛깔을 재현해낸 ‘붓으로 빚은 도자기’전은 깊고 고요한 숨결이 느껴지는 도자기와 밝고 경쾌한 컬러의 정중동(靜中動)의 만남으로 우리를 겸손하고 차분하게 하는 동시에 기쁨이 가득하고 희망차게 해준다.

다사다난했던 2016년을 차분히 정리하며 2017정유년을 희망차게 여는 갤러리조이 4주년 기념‘붓으로 빚은 도자기’ 권혁 전에 많은 관심과 사랑이 깃들길 바라며 풍요로운 달 항아리의 희망찬 기운이 모든 이들에게 충만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최영미//

– 장소 : 갤러리 조이
– 일시 : 2016. 12. 27 – 2017.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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