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람展(이연주 갤러리)_20170704

//작가 노트//
나는 개별적인 경험과 이에 따른 즉각적인 감정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내가 사랑하는 대상은 나에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행복함을 주는 동시에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고통을 안겨주었다. 이런 상반된 감정의 공존은 나와의 애착관계에 있는 대상이라면 모든 것들에 해당된다. 양가적 감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른 경험으로 옮겨가면서 확대된다.

이처럼 나의 작업은 상반되는 감정의 체험을 날실과 시실 삼아 하나의 화면에 형상화한다. 물감을 무작위로 흩뿌리는 행위를 통해 즉각적인 감정의 표출을 시각화한다. 그리고 이와는 상반되는 강박 행위를 하나의 화면 속에 공존 시킨다. 물감을 뿌리는 행위를 통해 자유를 얻지만 그것은 곧 바로 강박적 행위(캔버스에 흩뿌려진 비정형의 얼룩을 일일이 선으로 규정하는 행위)를 통해 다시 고통 속에 놓여진다. 즉흥적으로 물감을 뿌리는 과정에서 나는 자유로운 상황에 놓인다. 하지만 그 후 흩뿌려진 얼룩을 선으로 규정하는 과정에서는 그와 반대이다. 흩뿌려져 있는 물감의 선을 기준으로 물감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새로운 선으로 통제하고 정의한다. 과정은 일종의 강박으로 나타나고 강박에 고조됨에 따라서 감정도 극대화 된다.

남아있는 얼룩을 일일이 선으로 채워나가는 과정 속에서 감정은 억압되고 그 자체가 고통으로 다가온다. 그 고통은 나에게 자기학대를 통한 치유의 과정이자 재생산의 결과물이다. 자유분방하게 흩뿌려진 얼룩 속을 강박적으로 채워가는 행위는 나에게 자기학대적 의미를 갖는데 이것을 통해 스스로에게 새로운 억압의 대상을 제시함으로써 과거의 기억을 파괴하고 새롭게 출발하고자하는 의지의 형상화이다. 파괴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통의 경험 속에 갇혀 있던 자신의 모습을 파괴하고자하는 욕구가 이러한 생산 활동으로 발현된 것이다.

나는 이러한 행위를 통해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감정적 갈등과 끊임없이 마주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스스로의 위치를 찾아간다. 부정적인 과거의 경험을 되불러내는 행위를 통해 현재 내면과 직면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고 인정하게 된다. 이처럼 상반된 감정의 갈등을 통해 나는 이상적인 인간이 아닌 실존적 인간의 내면의 모습을 확인하고 위로한다.

이러한 개인적인 감정에서 출발하는 작업들이 최종적으로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로 표출된다. 이는 나의 작업들의 색의 배열과 움직임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하며 동시에 심리적 교감의 자리를 형성하고자 함이며 이를 통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이지만, 고통의 노동적인 삶이지만 그 안에서 자신만의 따뜻한 삶의 이야기를 찾고 동시에 만들어 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작가 노트//

– 장소 : 이연주 갤러리
– 일시 : 2017. 7. 4. –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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