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에 있는 롯데갤러리에서 박승모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박승모 작가는 철망을 여러 겹 겹쳐서 형태와 이미지를 표현 한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의 주제는 환(幻)이다. 작가는 환(幻)에 대해 “幻은 시각적인 일루전(illusion, 환상) 뿐만 아니라 ‘다시 돌아온다’는 회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라고 표현한다.
작품들은 멀리서 보면 이미지가 또렷해지지만 가까이 다가 갈수록 허상처럼 알아보기 힘들어진다. 철망이 겹쳐질수록 이미지가 어두워 질 텐데 명암이나 형태를 만들기 위해 부분적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수공이 많이 드는 작품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여러 철망을 겹쳐 사용하는 것이 인쇄물 작업과도 조금 닮았다. 인쇄물에서 컬러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빨강 노랑 파랑 검정판을 섞어 컬러를 구현한다. 지금은 거의 컴퓨터화 됐지만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신문이나 출판물 직종에서 ‘필름 수작업’이란 것을 했다. 색판을 섞을 때 각도를 잘 조정하지 못하면 ‘모아레’ 현상이란 것이 생긴다. 박승모 작가의 작품도 철망을 각도를 틀면서 작업을 하다 보니 보는 각도에 따라 모아레 현상이 살짝 보이는 것이 마치 망으로 된 필름을 보는 듯하다.

박승모 작가는 광안리에 있는 도시갤러리에서 또 다른 철사를 이용한 작품전을 동시에 개최하고 있다. 철로 만든 인체나 악기 등에 철사를 감은 작품들인데 롯데갤러리의 작품과는 색다른 작품들이다. 박승모 작가는 부산 출신으로 젊은 시절 인도에서 5년 동안 명상과 수행을 했다고 한다. 그러한 체험이 본인의 예술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현재는 미국이나 중국에서도 주목 받고 있는 작가이다.
– 장소 : 롯데갤러리 부산본점(서면)
– 일시 : 2012. 4. 6 –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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