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경展(리빈 갤러리)_20191203

//작가 노트//
지천으로 피어나 고개를 쳐들거나 깔려 있는 이름 없는 들풀의 향연. 숱한 갈래로 겹쳐지고 뒤엉킨 그들의 잎이 만들어 내는 선 하나 하나가 새로운 시선으로 내게 다가왔다.

들풀에게는 한 해를 보내는 생생한 자연의 근원적인 숨결이 배어 있었고, 나는 그것을 내 시안 속으로 담아내고 싶었다.

이렇게 우리는 만물의 흔적 속에 존재한다. 때로는 새롭게 생성되었다가 사라지거나 반복되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수많은 개체들에 둘러싸여서. 그리하여 나는 자연 속에서, 그 경계선이 없는 공간 속에서 리듬에 안겨 자유롭게 흔들리는 잎의 선들이 연출해 내는 장면들을 붙잡고 싶었다. 그들은 시간의 그물망 속에서 동적 생명력을 찾아볼 수 있게 나의 조형적 시각을 열어 주었다.

들풀은 그렇게 늘 평면과 입체 공간을 넘나든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나는 아주 비어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꽉 차지도 않은 부드럽고 끊이지 않는 선율 같은 것을 발견한다. 이렇듯 자연이라는 조형언어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나의 드로잉 작업은 오늘도 계속된다.//작가 노트//

장소 : 리빈 갤러리
일시 : 2019. 12. 03. – 2020.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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