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석展(523쿤스트독)_20200219

// 글 김도플 작가 //

도시의 삶이란, 낮과 밤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밤을 제약하는 것은 가고자 하는 곳의 폐장시간일 뿐이다. 밤은 그저 낮의 연장선이며 낮과의 다름이란 사라진 빛일 것이다. 결국, 도시는 그 스스로 24시간 풀타임(Full-time) 노동 중이다. 이 노동은 쉼을 모르며 공백 역시 용납하지 않는다.

현대 도시의 오이코노미아(oikonomia)는 자기 자신의 생명성을 우리에게도 적용한다. 그로 인해 유한함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 존재는 짧은 시간에 고효율을 내는 직무에 충실한, 대체 가능함을 전제로 하는 장치가 되어간다. 어쩌면 우리의 내제된 불안은 언제든지 사라져도 무방함에 있을 수 있다.

도시에서의 삶이 부여하는 빠른 속도감, 부드러운 소통, 관계의 질서정연함 그리고 그 편리함 등의 이면에 존재하는 개인의 고통과 불안, 파편화되는 정체성을 발견한 작가 강준석은 본인이 위치한 장소가 사회적 유전으로 취득된 장소이며 스스로 개척한 공간이 아님을 깨닫는다. 또한, 도시공간이 점유하는 소모적인 개인의 일상과 시간 그리고 육체의 유용은 개인의 삶을 단순하게 만든다는 것에 지루함을 느끼며 스스로의 박자로 생활 할 수 있는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육지의 ‘에덴’에서 벗어나 그는 제주 섬의 ‘영원한 방문자’가 된 것이다.

예술가로서 제주도에서의 삶은 예상보다 더욱 치열했을 것이다. 새로운 많은 선택지 앞에서의 결정이 더 어려운 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준석 작가는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화가의 자세를 취함으로써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수많은 드로잉을 선행하고, 그 안에서의 실험을 통해 더 큰 화면인 캔버스로 옮긴다. 그의 규칙이자 오랜 습관이다. 매일 주변을 방문하고 관찰한 풍경을 스케치하며, 작업실에 들어와 정리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는 자연을 재현하는 작가가 아니다. 왜냐하면, 막상 드로잉 한 그림을 실제 장소에서 찾으려 하면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있으나, 없는 장소이다. 그의 풍경은 관념적 공간에 가깝다.

강준석 작가의 작업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섬 생활에서 경험한 비일상의 일상을 발견할 수 있다. 부드럽고 완만한 산과 넓은 들판 속에서 자유로이 유영하는 사소한 것들의 가치를 조망하게 된다. 숲속 수영장에서의 다이빙과 음악회, 강아지와의 산책, 아이스크림 산, 무지개가 시작되는 집 등은 환상과 현실의 중간 즈음 어딘가에 위치한다. 어쩌면 작가는 우리의 원초적인 자연스러운 모습을 화면에 담아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일상의 일상화로의 회복을 바라면서.
눈앞에 놓여진 것만 해결하기 바빴던 나날에 가려진 조그마한 것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523쿤스트독 첫 초대 개인전인 작가 강준석의 PARADISE LOST(실낙원) 속 초록 풍경을 통해 주체적인 삶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며 우리가 사는 시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장소 : 523쿤스트독
일시 : 2020. 02. 19. – 0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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