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展(오픈스페이스 배)_20200403

//전시내용//
‘안녕, 예술가’는 오픈스페이스 배에서 운영하는 프로젝트 공간입니다. 이곳은 시작하는 단계의 청년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됩니다. 개인전을 통해 전시의 경험을 쌓고 자신의 작업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여러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이번 전시는 창원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김성훈 작가의 개인전을 선보입니다. 고독에 대한 오랜 고민과 우연히 마주한 빗물이 흐르는 장면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담은 작업들을 선보입니다.

//작가노트//
불확실한 흔적으로 남겨진 것,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

고독이 과연 무엇인가? 에 대한 고민을 하며 작업한 지 10년이 되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긴 터널 속에 있듯이 힘들었지만, 터널에서 나와 세상을 둘러보던 그때에도 결국 ‘고민에 대하여’에 더욱 깊이 몰두할 뿐이었다.

어느 비가 많이 오던 날 창밖 풍경이 빗물에 앞을 가려 흐려지는 ‘그 순간’, 다시 어떠한 ‘감정’ 즉 ‘내가 잃어버렸던 감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내 안에서 솟아오름을 나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막연했던 고독이라는 감정이, 어느 부분에서 시발점이 되어 폭발하는지 감지하기가 어려웠으나 당시 그 순간만큼은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그 순간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

왜 빗줄기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을까?

타고 흐른다. 위에서 모이기 시작한 물은 어느덧 아래로 흘러내린다. 그런 물줄기들의 가닥이 많아지면 밖의 풍경은 흐릿해 진다. 위에서 아래로 끊임없이 흐르는 물을 매개로 바깥 풍경은 왜곡된다.

이는 일전에 형태를 쪼개거나 덮는 기계적 반복 속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한계를 느꼈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내리는 물이 먼저 길을 내고 그 길을 따라 물이 흘러내리다 다시 덮이고 길을 내는 ‘절대적 불규칙’- 흘러내리는 물의 특별한 물성은 나를 그것에 오롯이 집중하여 빨려 들어갔던 기억이 남아 있다.

이 움직임 속에서 나는 내가 그간 고민했던 ‘나’라는 객체가 옅어지고 없어지는 느낌조차 받았다. 결국 ‘어떤 불확실한 흔적으로 (불규칙 혹은 정의되어 지지 않은) 남겨진 것 그리고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은 내가 스스로 받는 ‘고독’이란 느낌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 스스로 발견한 고독’의 감정적 동요와 변화 과정은 단순하고 평범한 형태에서 단지 흐름만 남은 앞으로 내 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각표현의 근간이 될 것이다. ■ 김성훈

장소 : 오픈스페이스 배
일시 : 2020. 04. 03. – 05.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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