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종보展(미광화랑)_20200413

//부산일보 기사//
설종보 작가는 소시민의 삶과 주변 풍경을 정겹고 따듯하게 그려 왔다. 그의 그림 속 풍경은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하다. 작가는 “계절마다 스케치 여행을 떠난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가 아닌 스쳐 지나가다 마주친 길가 풍경을 그림에 많이 담는다”고 말했다. 작가의 시선이 ‘번잡하지 않음’에 끌리기 때문인지 진해우체국 앞 벚꽃길을 그린 그림에서도 한적함이 느껴진다.

부석사 근처에서 본 ‘영주상회’를 그린 그림에는 맨드라미와 호박꽃이 곱게 피었다. 가게 안에서는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설 작가는 “풍경 속에 사람들이 들어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가게 앞 우체통이나 세워진 자전거 등은 그 이야기를 설명하는 부차적인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설 작가는 일상 풍경 속 ‘사람 이야기’를 강조하기 위해 무대처럼 배경을 만든다고 했다. 그곳에 사람을 그려 넣어 관람객들이 그림 속에서 오고 가는 이야기를 상상하게 한다. 눈 오는 날 일가족이 마루에 모여 앉은 모습, 비 내리는 포구 그림에서는 연극적 이미지가 느껴진다. 특히 포구 풍경에 대해 설 작가는 “영도, 청사포 등 여러 포구 이미지를 합쳐서 그린 그림이다. 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를 들으며 그렸다”고 전했다. 그러고 보니 그림 속 ‘선창 다방’에선 사람들이 뭔가를 마시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부산을 담은 그림들이 눈길을 끈다. 영도다리 아래에서 바라보는 자갈치, 좌천동에서 수정동으로 올라가는 마을이 작가의 시선으로 각색돼 부산이지만, 부산 같지 않은 풍정을 연출한다. 1997년 작 ‘자갈치시장의 일상’은 작가의 예전 화풍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 “매년 전시에 옛 그림을 한 점씩 꼭 넣는다”는 설 작가가 다음 전시에선 어떤 구작을 선보일까 궁금해진다.

제주 광령마을 벚꽃길을 그린 ‘봄이 온다’는 봄을 잃은 시민을 위로한다. 경북 경산 반곡지와 강원도 자작나무 숲이 등장하는 ‘집으로 가는 길’ 시리즈는 편안한 색으로 지친 마음에 휴식을 선사한다.

설 작가는 “그림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요즘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 삶을 사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건 투표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설종보-시간의 정경=5월 25일까지 미광화랑. 부산일보 2020년 4월 14일 게재. 오금아 기자//

장소 : 미광화랑
일시 : 2020. 04. 13. – 0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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