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현, 허찬미展(갤러리 미고)_20200605

//전시 소개//
갤러리미고에서 6월 5일부터 26일까지 ‘잔해 : 박자현, 허찬미 2인전’이 열립니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을 해오고 있는 박자현, 허찬미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입니다.

작품의 색감, 이미지, 표현법 등 극명히 다른 방식의 작업을 보여주는 두 작가입니다.
경주에서 본 풍경, 더미, 잔해 등을 점을 찍는 행위로 표피를 표현하는 박자현 작가, 버려지고 잊히거나 버려진 잡초, 나무 잎, 나뭇가지를 도구로 만들어 찰나의 풍경을 그리는 허찬미 작가가, 두 작가 모두 남겨진 존재에 대한 고찰을 작품에 담고 있습니다.
작가들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과 풍경들이지만 이것은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사회에서 일어나는 숨 가쁜 변화들과 그 이면, 그리고 삶과 존재에 대해 고민을 담은 ‘잔해 : 박자현, 허찬미 2인전’에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박자현 작가노트//
“경주에서는 능을 보지 않고는 살기 힘들어요.”-영화 ‘경주’
며칠 밤과 오후 경주의 무덤 사이로 지칠 때까지 걸어 다녔다. 허물어짐, 하강, 수직낙하, 아래로 내려가는 충동이 능의 중력일까? 밤이 바라보는, 그 밤을 기억하려고, 능과 무덤들 인근의 더미들은 인체의 뼈와 살, 근육들이 쌓여있는 듯 흘러내리는 듯 보였다.

//허찬미 작가노트//
내가 자라온 부산은 땅이 바다가 되고 바다는 다시 땅이 되기도 한 도시이다. 공사현장은 주변에 흔히 있는 풍경이었고 낡은 아파트는 자주 없어지곤 했다. 개발과 발전의 속도는 내가 어딘가에 일정 시간 시선을 두고 관찰하기도 전에 곧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주변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부터 땅 위에 붙잡혀있는 기둥들에 호기심이 생겼다. 빠르게 변화하는 속도를 내가 다시 느리게 늦출 수 없다면, 그 속도 안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꼿꼿이 지키는 것들을 관찰 해보고자했다. 그것은 비록 매끈하고 완벽한 조형성을 가진 견고한 성질은 못되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그 어떤 것 하나 완벽한 것은 있을 수 없으니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화단 위의 종이컵, 철봉 위에 앉은 새의 다리, 공사장 가림막 같은 흔들리거나 묵직하거나 가볍거나 아슬아슬한 것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없어질지도 모를 시간의 유한함을 지니고 있지만 언제까지 그것이 그 자리를 지키는지 관찰하는 것은 반복되는 잦은 이동에서 지루함을 견디는 재미난 상상이 되곤 했다.

장소 : 갤러리 미고
일시 : 2020. 06. 05. – 06. 26.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