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 한展(해오름갤러리)_121218

12월 말, 추운 날씨에도 해운대 달맞이고개엔 가족,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달맞이고개를 올라가다 해월정에 다다르면 동백섬과 해변의 고층 건물들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해월정 건너편에 최근 개관한 해오름갤러리가 있다.
카페 3층에 위치한 해오름갤러리에 들어서면 일단 진한 커피향이 코를 찌른다. 갤러리가 독특하게 카페 안에 위치 해 있어 차를 마시러 오는 손님들이 갤러리에 들어와서 구경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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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 들어서면 중앙에 위치한 호랑이 작품이 먼저 눈에 띈다. 실제 크기만 한 호랑이가 반듯하게 누워있는 여성을 억누르는 듯한 그림이다. 작가 미나 한은 이 작품을 통해 왜 자신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단호하게 표현하고 있다. 호랑이는 그녀를 둘러싼 환경적인 요소를 뜻하는데, 단순히 현재 처해진 환경뿐 아니라 어릴 때부터 받아온 교육과 무언의 사회적 압력들을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호랑이 밑에 있는 여인의 표정은 두려움 보다는 담담하게 위를 응시하고 있다. 주위 환경들에 대해 적극적이고 주관적으로 대처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나타낸다.

미나 한의 작품에는 동물들이 많이 나타난다. 언제부턴가 그녀는 작품 속 동물들을 통해 자신의 욕망, 분노, 기쁨 등을 드러내고 있다.

『미나 한의 동물이미지는 존재론적 의미를 부여하며 인간의 실존적 고뇌와 고통을 각인한 작가의 현실을 담아내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여성 미술가로서 생존하려는 작가의 몸부림과 같은 의지가 동물을 통해 꿈틀거리며 몸짓하고 있으나 그 형상은 강하게 위로 솟구쳐 오로지 못하며 떠돌며 고요하고 침잠하는 동물로 나타나는데 결국 모든 것을 희생 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흔적을 남긴 것과 같다.』-김향숙 평론 중에서 –

미나 한은 자신과 외부와의 소통을 작품이라는 매개를 통해 내면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또 이것은 단순한 표현이 아닌 내면의 갈등과 불협화음을 극복하고 자아발견을 하는, 자화상인 것이다. 그녀의 작품만 보고 해석한다면 작가는 지독한 페미니스트일 것 같다. 하지만 작가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는 아니라고 한다.
“사르트르가 말한 것처럼 실존은 거대한 야수처럼 나의 몸 위에서 꼼짝도 못하게 짓누르고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호랑이를 맞닥뜨린 순간 여성의 눈빛은 탈출과 극복을 의미합니다.”라는 작가의 이야기가 오래 동안 기억에 남는다.
– 장소 : 해오름갤러리(해운대 달맞이길)
– 일시 : 2012. 12. 18 – 2013.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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