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희展(갤러리 M)_20200605

//평 론//
어떤 사람들은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완만(緩慢)한 인내로 그들만의 열정을 끌어 올린다. 그것은 마치 잔잔한 호수에서 움직이지 않는 나룻배 같고, 나무숲 사이로 시나브로 움직이는 아침나절의 안개와 같다.
그들의 일상은 아다지오(adagio)의 리듬과 완서곡(緩序曲)의 안단테(andante)처럼 느리게, 미끄럼을 타듯이 거무스름한 물 표면 위를 스쳐 지나간다. 어떤 예술가 또한 그의 창작활동을 위해서 인내하는 방법을 배운다.

박명희는 대학에서 칠공예와 디자인을 전공하여 부산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가이며 나무 위에 옻칠을 한다. 그녀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검은 옻칠로 표면을 매끄럽게 윤기가 나도록 계속 덧칠을 하는 인내의 작품을 한다. 그녀의 행위는 마치 한가롭게 움직이는 백조의 몸짓처럼 여유롭다.
옻칠은 주로 아시아에서 사용되며, 한국의 전통적인 라크(laque)이고, 그것은 마치 새가 노래 하는 것처럼 경쾌하며 투명하다.

옻칠 예술가 박명희는 끈기와 인내를 갖고 마티에르를 연구한다. 그녀의 제스처는 느리고 완만하다. 빅뱅(big-bang)현상처럼 그녀의 머리는 생명의 에너지로 충만하며 그 속에서 조직 세포는 춤을 춘다. 팽이가 끊임없이 돌고 돌듯이 생명의 기(氣)는 순환 생성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한다. 그녀는 거대한 에너지 운하를 만든다. 이는 야수를 길들이는 조련사처럼 조절하며 억제한다. 생(生)의 미(美)는 스스로 펼쳐지고 스스로 접히면서 생명력을 지닌다. 인내하는 예술가의 삶이다. 바람은 어떤 곳에서 나뭇잎들을 흔들며, 어떤 곳에는 칼리그래피(caligraphie)을 만들어서 아름다운 시(詩)을 새겨놓고, 어떤 곳에서는 불교, 선사상, 유교나 모든 현인(賢仁)들의 교훈을 가르쳐준다.

예술가 박명희는 우주 속에 존재하며 우주는 그녀에게 예술세계를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옻칠의 수액(樹液)은 나무와 땅에서 생겨난 수지이며 미래의 옻칠을 예고한다. 수확을 위해서는 작은 참을성이나 미세한 폭력, 서두름은 결코 허락되지 않는다. 옻칠은 옻나무 밑동에 얇은 흠집의 상처를 내서, 그곳에 대나무를 기대어 수액을 사발이나 그릇에 받는다. 시간과 인내의 작업이다. 상처 난 나무는 계속 살아서 생존한다. 광택이 나는 수액는 옻칠로 다시 태어나고 새로운 것으로 자연스럽게 변형된다. 세상은 반복된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수액(樹液)은 계속 여과되고 정화되는 변화과정을 거쳐서 화려한 광택의 옻칠이 된다. 자연으로부터 채취한 천연도료, 거무스름한 색상, 반투명한 옻칠은 나무, 대나무, 금속, 야자수 잎, 가죽 등 다양한 재료에 사용된다.

박명희는 나무 위에 다시 덧칠하는 방법을 선택하여 작품을 한다. 옻칠은 마를 때 나무위에 용해되지 않는 엷은 막(膜)을 형성하며, 도막은 기공(氣孔)이 없어야 하고, 견고해야 하며 물에 안전해야 한다. 옻칠은 방부제 효과가 탁월하고 감촉이 부드러우며, 반들반들한 광택의 어둠은 유혹적이고 유일무이한 색상이다. 옻칠은 오랜 내구성과 함께 소금이나 물로부터 보존되는 내수성이 탁월하고, 벌레로부터의 살균효과가 뛰어나다. 옻칠은 경이롭고 신비롭다.

박명희는 풀밭을 산보하고 나무숲을 지붕 삼아 산행을 한다. 그녀의 아뜰리에는 풀내음, 나무향기, 천연 안료 등의 향기들로 가득하고, 그 속에서 작가는 생(生)의 환희와 충만한 에너지를 느낀다. 아침나절의 안개를 동반하면서 그녀는 살아있는 어떤 것을 온몸으로 느낀다.

좋은 옻칠작품을 위해서 서두르는 것은 절대금물이다. 그녀는 그것을 되풀이 한다.마치 백조가 거무스름한 물위에서 노닐고 있는 것처럼, 응결된 호수 위를 거닐고 있는 것처럼 여유로우며, 인내와 열정을 배운다. 옻칠은 수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아주 엷게 수십 번의 덫칠을 해야 하고, 먼지로부터 피난처를 제공해야 하고, 매번 칠할 때마다 인내를 갖고 건조 시켜서 사포(砂布)나 솔로 갈고 닦아서 광택을 내야 한다. 다시 이런 과정을 수십 번 반복 해야만이 원하는 아름다운 옻칠을 얻을 수 있다. 부조된 오브제는 더 많이 칠하고 덫칠 해야 한다.

옻칠은 인내와 열정을 필요로 한다. 만약에 마지막까지 기다리지 못하면 옻칠은 망쳐진다. 몇 날 몇 일을 적정온(25~30도)도와 습도(70~85%)을 유지해야 하고 그런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과 인내가 없으면 옻칠은 광택을 내거나 사포로 닦기에 불가능한 상태로 변하여 끈적거린다. 그녀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러 번 칠하고 윤택을 내고 사포로 닦는 그녀의 반복적인 제스처는 느림의 아다지오와 같은 음악이다. 칠하고 또 칠한다. 계속하여 되풀이 한다. 옻칠이 골고루 퍼지도록 하고,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금분, 은분을 상감(象嵌) 하고 자개, 상아, 산호와 다양한 재료 … 마지막에 다시 한 번 건조시켜서 그녀는 원하는 옻칠의 미를 창조한다. 자개 빛의 형상들, 신성(新星)의 별들, 천연안료의 색상들, 혜성의 꼬리 같은 모발 형상들, 은빛의 진주들 그리고 검은 태양들…

옻칠은 끝난다. 박명희는 매번 같은 것을 만들지 않는다. 그녀는 칠하고 또 칠하는 과정을 통해서, 세상은 스스로 베어 들고 스스로 변형 하여 수정 같은 작은 진주를 만들며, 피부를 가진 사유(思唯)하는 형상을 창출함을 잘 알고 있다. 옻칠은 완벽하다. 백조는 미음완보(微吟緩步)한다.//필립지켈 (문화예술 비평, 문학가, 시인), 2014년 5월, 낭트//

장소 : 갤러리 M
일시 : 2020. 06. 05. – 07.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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