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채展(이인 아트홀)_130527

수영구 망미동에 위치한 이인 아트홀은 클래식 콘서트홀 뿐 만 아니라 갤러리와 레스토랑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수영강 인변에 위치해 있어 주위 경치가 좋고 도시고속도로 망미램프와 가까워 교통도 편리하다. 이 곳에선 지금 ‘늪이 된 사진가’ 정봉채 작가의 사진전이 개최되고 있다.

정봉채 작가는 2012년 빠리 아트페어에 출품한 작품들이 완판 되면서 최근 더욱 유명해졌는데 13년째 우포늪의 사계절을 파인더에 담고 있다. 과거 늪 지역은 물에 젖어 있는 쓸모없는 땅이라고 여겨 매립을 하곤 했었는데, 다행히 우포늪은 람사르습지로 등록되어 현재까지 보존이 잘 되어 있는 곳이다. 작가는 아직도 이곳에서 오랫동안 구석구석을 돌며 아름다운 풍경을 렌즈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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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 소개된 20여점의 작품은 모두 우포늪에서 촬영 한 것인데 실제로 우포늪의 풍경은 생각보다 단조로운 편이라고 한다. 작가는 13년 동안 우포늪을 다니면서 계절, 시간 등의 변화에 따른 늪의 풍경 변화를 잘 알기 때문에 순간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잘 찾을 수 있었다. 작가의 이러한 우포늪에 대한 애정은 작품 속 백조 가족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백조는 민감한 동물로서 사람이 접근하면 도망가기 마련인데 정봉채 작가의 사진 속 백조 가족은 작가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새벽에 이 백조 가족을 촬영한 작가는 잠깐 식사를 하고 온 사이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백조는 봄이 되면 멀리 떨어진 번식지로 돌아가는데, 아마도 이 백조 가족은 작가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만큼 작가는 우포늪에 깊은 애정과 친밀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우포는 내 마음 안에 들어온다. 가시연, 늪의 수면, 풀 한포기, 나무, 새, 봄, 여름, 가을, 겨울. 미명의 새벽안개, 눈부신 하늘, 붉은 노을. 봉순이 아줌마, 주영학 환경감시원, 따오기학교, 대대마을 찻집, 쪽배 등 그들은 이웃이 아니다. 내 삶의 연속이다. 새벽같이 달려가 말을 걸고 두드린 세월 속에 마침내 우포는 내게 말을 걸어왔고 나는 그들의 은밀한 소리를 들었다. 나의 사진은 기다림의 결정체다. 교감의 완성이다』(작가 노트 중에서)

늪 가운데에 떠 있는 배 주변에 떨어지는 빗방울, 물에 투영된 젖은 풀잎, 어부가 붕어를 잡고 있는 주변에 퍼져가는 둥근 파장들, 왜가리가 날아가는 순간 깜짝 놀라 펄떡거리는 붕어… 작가는 이러한 풍경들을 놓치지 않고 절묘하게 포착했다. 그의 작품들은 다수가 동트기 전에 촬영을 하고 있는데 그의 작품 속 독특한 색감은 이처럼 새벽 잠깐 사이 대기의 변화를 잘 이용하고 있다.

정봉채 작가는 촬영을 할 때 필터를 사용하지 않고 촬영 후에도 후보정을 하지 않는다. 동트기 전에 생성되는 자연의 색상을 담으려고 많은 시도를 한 작가의 작품들은 에디션을 5점으로 한정 하고 있다. 대자연의 신비한 우포늪을 보면서 자연의 정화능력에 감사하고 더욱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되돌아 볼 수 있게 한 정봉채 작가의 전시회는 8월 말까지 이인 아트홀에서 펼쳐진다.

– 장소 : 이인 아트홀
– 일시 : 2013. 5. 27 – 8월 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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