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진展(갤러리 이배)_130605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있는 갤러리 이배에서 신진작가 김해진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2011년 갤러리 이배의 신진작가 육성프로젝트 ‘이배 젊은 시각’에 선정됐던 김해진 작가는 아직 젊은 나이지만 각종 수상 경력과 세 번의 개인전을 개최한 기대주다. 전시 주제는 ‘시선 밖, 그 곳에 부쳐 Beyond the visible, the marginal place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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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면 크고 작은 캔버스에 회색의 옥상들이 그려져 있다. 옥상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빨래건조대와 빨래, 에어컨 실외기, 화분, 블록(벽돌), 낡은 물탱크 등이 그려져 있다. 이 풍경들은 사실적이라기보다는 상상이 섞인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두 옥상이 맞물린 좁은 공간에 풀들이 자라 있는 작품에 대해 작가는 “벽과 벽의 사이의 조그마한 밭을 일구고 식물을 키우는 것은 제가 그동안 봐 왔던 경계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경계였습니다. 현재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롭고 웅장한 장면에 대해 때때로 삭막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것보다는 소소하고 좀 더 눈에 덜 띄는 이런 것에서 따뜻한 경계를 느낍니다”라고 설명한다.

작가의 이런 마음은 예전의 전시에서도 볼 수 있다. 작가는 2010년부터 ‘버려진 풍경’이라는 주제의 전시에서 황폐화된 도시의 이면을 그려왔다. 잡초로 둘러싸인 농구코트나 폐허의 옥상, 폐목자재로 만들어진 ‘이상한 도시’ 시리즈를 통해 현대의 도시가 거대한 폐허처럼 보이는 작품을 그렸었다.

전시장의 안쪽을 돌아가면 텐트 속 식물이 자라고 있는 설치작품이 보인다. 텐트 속에는 여러 개의 스티로폼 박스 속에 실제 식물들이 있다. 작가는 어느 날 집에서 발견한 텐트를 보며 어릴 적 나만의 공간이었던 추억을 되새겼다. 그리고 이러한 텐트는 비닐하우스처럼 작은 식물들의 안전한 울타리가 된다. 어쩌면 텐트는 작가의 커다란 기억주머니이고 스티로폼 속 식물들은 그 속에 담겨진 추억일지 모르겠다.

전시장 가장 안 쪽에는 작가의 드로잉 작품들이 여러 점 설치되어 있다. 작가는 평소에 생각했던 사물의 이미지와 설치 작품 준비를 위한 에스키스(밑그림, 초벌 그림) 또는 하나의 완성품으로서의 드로잉 작품들을 전시했다. 김해진 작가는 평소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보잘 것 없거나 사소한 물품들이 버려진 것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도시 속 평소 봐 왔던 사소한 부분, 시멘트 자국과 낡은 물품들이 존재하는 옥상이라는 공간을 통해 작가는 현대인의 허무한 욕망, 나약함 감성이 소멸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주고 있다. 더불어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 속 거친 시멘트 자국처럼 세파에 멍든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치유의 시간이 될 것 같다. 김해진 개인전은 갤러리 이배에서 7월 6일까지 이어진다.

[이배 젊은 시각]
갤러리 이배에서 2011년부터 시행 중인 <이배 젊은 시각 LEE & BAE Young Artists>은 매 2년마다 부산 및 경남 지역에 활동하는 젊은 작가 중 작품내용이 전시주제와 일치하며 창의성과 작품성이 뛰어난 작가를 선정하여 이들의 활동을 2년에 걸쳐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전문가 집단으로 이루어진 자문위원회는 작가들의 작품을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적절한 조언을 통해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 장소 : 갤러리 이배(해운대 달맞이고개)
– 일시 : 2013. 6. 5 –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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