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도예가展(경성대 미술관)_130607

어느 전시회든 쉽게 준비될까마는, 지난 주말에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도예 창립전 전시장에서 일련의 스토리를 담뿍 담은 전시회를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창립전이라서 더 꼼꼼하게 준비한 것도 있겠지만 7명의 도예가들은 서로의 개성을 한 자리에서 마음껏 뽐낸 전시였다. 늦은 나이에 동부산대학교 생활도예과에서 인연을 맺은 회원들은 동부산대학교 설립자의 아호를 넣어 ‘설봉도예가회’로 지었다.

전시장 입구에 비치된 총 60페이지에 달하는 팸플릿에는 회원 소개, 작품, 행사 장면 등이 담겨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각각 회원들에 대한 소개를 1페이지 가득 실어놨는데, 팸플릿만 한 번 읽어봐도 이번 창립전의 의미와 준비 과정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일을 부부가 같이 하기가 쉽지 않은데 회원들 중에는 부부회원도 투 팀 있었다. 부부가 같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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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창립전이라 하면 어떤 분야의 초년생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이번 설봉도예가회 창립전의 회원들은 그 면면이 심상치 않다. 연령대가 40~50대인 회원들은 공방 운영은 기본이고 회원 중에는 부산·울산·제주도까지 도자기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공급하는 회원도 있고 직장에서의 중견 간부로 근무 중인 회원도 있다.

김상일 작가는 큰 항아리 크기의 초병부터 자그마한 초병까지 현대적 감각의 유약을 사용한 초병 시리즈와 함께 옹기주병세트를 선보였다. 김분기 작가의 작품에는 발자국이 등장한다. ‘삶의 흔적’을 디자인으로 다듬어 재미있게 만든 도자다. 김수정 작가는 자라형태의 도자를 소개했다. 옛날에는 이러한 자라 도자를 술병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윤성광 작가는 작품에 여러 생각들을 담았다. ‘살아온 날들을 정리’라는 작품은 고목 위의 생각하는 군상을 통해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에서 한 번 쯤 정리하는 시간의 필요성을 말해준다. 이재붕 작가는 예쁘장한 다기세트와 정말 달처럼 동그란 달항아리 백자 작품을 선보였다. 이창룡 작가는 거친 외형의 ‘청춘’이라는 작품을 통해 열정만을 앞 세워 부딪치고 생채기가 나기 쉬운 청춘의 특징을 고스란히 도자에 표현했다. 최상옥 작가는 자기의 가운데가 뚫린 ‘화합’이라는 작품을 통해 꽃 형상의 자기를 선보였다.

동부산대학교 생활도예과 김현식 교수는 “그동안 행복이란 단어를 잊은 지 오래 된 것 같았었는데 이번 전시의 팸플릿 속 회원들의 표정을 보며 행복이란 단어를 떠 올렸습니다. 회원들에게는 작품 한 점 한 점에 대해 생각하고 글을 쓰기 위해 삶을 되돌아보고 흔적을 살피는 귀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오랫동안 모임을 지속 시켜 먼 훗날 다시 이 시간을 좋은 추억으로 회상할 수 있기를 기원 합니다”라고 격려한다.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전시 ‘만남, 그리고 이야기’展은 경성대학교 제2미술관에서 6월 12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부산 경성대 제2미술관
– 일시 : 2013. 6. 7 –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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