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건조展(타워 아트 갤러리)_20211004

//전시 소개//
장건조 작가의 자아성찰적인 작품세계, 즉 우주형상을 주제로 한 추상작품 세계는 어떤 조형의 극한으로 치닫는 작품도 아니요 특정한 담론에 치우친 회화도 아닌, 구도적 삶을 살면서 깨닫게 된 이치를 한 폭의 그림에 담았다. 그림의 도상은 간결하다. 화폭에는 달랑 ‘점’ 하나가 그려져 있는데 어디에도 모나지 않은 원(圓)의 세계이고, 그 주위에 금색 아우라가 반짝거린다.

그림이든 우주이든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은 ‘점’으로 요약된다. 그림과 우주의 원초적 결정체가 ‘점’이고, 우주의 시작 역시 하나의 ‘점’이라는 깨달음에서 착안한 것이다.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다시 ‘면’이 되어 ‘입체’로 넓혀지듯이 존재의 근원이 ‘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점에 화가의 정신과 혼을 우주 시리즈에 담았다.

그렇다고 작가의 작품이 모두 철학적이고 명상적인 것은 아니다. 수행에서 얻는 깨달음을 기초로 하여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에 작가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그림을 ‘선화’(禪畵)로 부르는 것을 마뜩치 않게 생각한다. 자신의 그림을 종교화로 범주화시키기보다는 그저 ‘구도적 삶’을 추구하는 작가, 그의 작품 또한 수신적, 명상적인 회화로 불리어지기를 원한다.

화면에 자리잡은 부동의 동그라미는 잘 생기지도 못생기지도 않았고, 그저 동그라미일 뿐이다. 그의 회화는 크든 작든, 출중하든 그렇지 않든 생명 자체가 귀하며 존재 자체로 충분조건을 만족시키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화면의 동그라미와 마주하는 순간 감상자가 신체적 움직임을 멈추고 사색의 공간으로 빠져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을 ‘정신적 여백’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기운이 빠지고 멍해질 수도 있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안도감을 얻을 수도 있다.
운이 좋으면 모처럼만에 자아를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메마른 지식과 삭막한 일상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의 멍석을 깔아주는 그림이다.

장소 : 타워 아트 갤러리
일시 : 2021. 10. 04 –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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