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준섭展(523쿤스트독)_20220218

//전시 소개. 글 박천남(미술비평, 김택화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몸이 전하는 소리

​심준섭은 소리에 주목한다. 몸에서 발원하여 내부 감관을 타고 흐르는 특정 소리에 주목한다. 차분히 귀기울여 포착할 수 있는 미세한 파동이 아닌 속귀를 통해 받아들이는 ​보다 구체적이고 다소 규칙적인 생리작용으로서의 울림이 그것이다. 청각기관을 중심으로 순환하듯 공명하는 자각적 귀울림인 것이다.

누구나 이런저런 몸의 소리를 가지고 있다. 다소간 강도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쩌면 대부분 그러한 몸의 소리를 영접하고 대접할 수 있는 개인적 조건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심준섭은 몸의 소리를 영접은 하지만 대접할 수 없는 숙명을 타고 난 것으로 보인다. 소리로 인한 고통의 절정과 쇄락을 매일처럼 반복하는 작가에게 몸의 소리를 시청각화하는 특유의 작업은 그러한 경험과 의지를 예의 반영하고 드러낸 자전적 결과라 하겠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초월하려는 문명이라는 상반된 기제 속에 살아가고 있다. 심준섭은 몸이 전하는 소리를 어떻게 마주하고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했다. 영육을 분리하거나 구분할 수 없었다. 몸의 소리와 다투지 않고 몸의 소리를 받아들이며 소통하고 공존하려는 극복의지는 그의 작업에 있어 중요한 성취동기로 작용했다. 이러한 제작충동은 상징적 내적 정체성인 몸의 소리를 미학적으로 고려하되 소리라는 상징질서이자 소통기제의 가능성과 한계를 넘어서지 않으려는 대단히 절제된, 물리적으로 조율된 예술행위로 이어졌다.

​심준섭의 설치는 전체적인 소통의 짜임새를 강조한 하나의 개성적 양식이다. 자족적이며 합리적으로 조직된 우리네 몸을 닮은 유기적 창조물이다. 그의 소리는 순환적인 흐름과 궤도를 따라 공간을 침범하고 관통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몸과 소리 모두 유효한 소통기제다. 심준섭은 이들 소통기제가 지닌 독자적 힘을 약화시키거나 둔화시키지 않으면서 자족 가능한 하나의 시청각적 전체로 구현한다. 개성적이고 일관성 있는 하나의 공감각적 언어로 직조하고 조직하며 공감 가능한 양태를 제시한다.

​심준섭은 이러한 몸의 소리의 발화와 전달 체계, 소통방식에 주목한다. 소통이라는 의제를 인간 사회의 소통방식과 견주어 풀어낸다. 배관, 이른바 파이프 라인으로 직조한 유기형식, 즉 몸이라는 도식을 통해서 전달한다. 사회 시스템은 중요한 일종의 약속 체계다. 약속이 지켜질 경우와 지켜지지 않을 때의 협화음, 소통 양태 그리고 충돌 양상과 불통상황, 그에 따른 파열음을 심준섭은 집요하게 추적한다.

심준섭은 자신이 소리 생성의 주인공이요 소멸의 주인임을 익히 알고 있다. 심준섭에게 몸의 소리는 극복을 넘어 공존의 대상이자 축복이다. 지나치게 몸의 소리에 갇히거나 그로 인해 몸이 닫히게 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하나의 기제로서 지금의 예술형식은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설명할 수 없는 몸의 소리를 독특한 인체도해 형식의 설치작업으로 펼치며 몸이 보내는 소리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정하고 함께하며 보다 자유로워지려는 바람과 의지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심준섭의 작업은 귀를 통하는 울림의 존재를 파악하고 그 본성을 규명해보려는 미학적 노력이다. 몸이 가진 소리와 비슷한 세상의 소리를 찾아내려는 일련의 경험적 집적이다.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며 또 들을 수 없는 몸의 소리를 확인하고 전달하려는 독특한 소통에의 의지이자 과정이다. 울림이자 파동일 수 있는 몸의 소리를 특유의 형식으로 시청각화, 물질화하며 소통과 불통의 삶의 현재적 지형을 오늘도 증거한다. 심준섭이 소리에 주목하고 천착하는 이유이다.//박천남//

장소 : 523쿤스트독
일시 : 2022. 02. 18 – 0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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