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in Busan展(아트스페이스 이신)_20230915

//이명훈 작가노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부산의 산복도로. 둘이서 나란히 걸으면 어깨가 부딪는 좁은 골목, 재개발지구로 지정되어 주민이 떠난 동네, 개발의 광풍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쇠락한 동네곳곳을 돌아다녔다. 사람은 떠나고 세월의 더깨가 오롯이 베어 있는 문, 한때는 부산하게 들락거리며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외치던 아이들이 모두 떠나버리고 닫혀진 쓸쓸한 문, 세월의 흔적을 감추려 주름진 얼굴을 밝게 화장한 문, 약간 성형을 하곤 “난 아직 살아있어”라는 존재감을 보여주는 문, 그곳은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있는 문뿐만 아니라 세월의 변화를 이겨내고 변신한 다양한 문들이 있다. 어릴 적 나에게 문은 새롭고 흥미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였고 놀다 지칠 때면 언제나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통로였다. 발걸음 가벼운 하교 길, 흥분된 마음으로 집을 향해 달음질쳐 대문의 초인종 대신 큰 목소리로 “엄마 문”을 소리친다. 그리고 주먹으로, 엉덩이로, 온몸으로 문을 두드린다. “문 망가진다”는 핀잔을 들으며 인사를 하는 등 마는 둥 책가방 내동댕이치고는, ”엄마 놀다 올게요” 소리치며 밖으로 쏜살같이 내 뺀다. 동네 친구들이 있는 곳을 향하여 문은 소통이며, 탐구심과 재미를 충족시켜주는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문을 여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더 이상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열정도 식어간다. 지금의 문은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자동차번호판 인식 후 차단기가 열리고, 아파트 현관에선 지문으로, 엘리베이터 문은 자동으로. 1201호 문에선 비밀번호로, 문을 닫고 들어가 고독과 마주하며 안으로 안으로 침착한다. 문은 소통과 단절, 야누수의 두 얼굴이다.//이명훈//

//최영수 작가노트//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벨기에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르트의 가장 유명한 작품중 하나가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이지 아닐까 합니다. 이것도 파이프가 아니고 그림인 것처럼 제목 ‘이것은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도 그림이고 애절한 삶 그리고 인생이었습니다.

요즈음 아파트시대로 바뀌어 파이프도 점차 보기도 힘들어져 간다. 산복도로나 아직 남아 있는 단독 주택지역에서 파이프는 노후되어 근근히 생존해 있었다.

아파트가 없는 도시 뒤켠에 쓸쓸히,
재개발 지역 철거전 썰렁한 한켠에 외로히
산복도로 산모퉁이 빈집 풀숲옆에 힘없이
따닥따닥 붙은 단칸방 옆구리에 따뜻이
아무도 보지 않아도 삶의 온기가 되어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고 그림이고 애절한 삶 그리고 인생이었다.//최영수//

장소 : 아트스페이스 이신
일시 : 2023. 09. 15. – 0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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