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사진교류展(부산시청 제1,2,3전시실)_20250602

//기획 의도//
기억의 잔상 (afterimage of memory)

기억은 언제나 완전하지 않다. 또렷하게 기억될 수도 있지만, 성에 낀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내다보는 것처럼 흐릿하고 온전치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현상은 더 심하다.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자신이 경험한 엄청나게 충격적인 사건이나 너무 감동적이어서 오랫동안 간절히 간직하고픈 마음이 강한 경우가 그렇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그런 기억을 한두 가지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역시 온전한 상태로 기억되지는 않는다. 정확한 기억처럼 느낄 뿐이지, 희미한 잔상으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들은 불완전한 기억의 한계를 극복하거나 대체하는 수단으로 사진을 떠올린다. 즉, 사진은 기억을 묶어 두는 완벽한 도구 내지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의문을 가져보자. 과연 사진이 기억의 완벽한 대체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오래된 사진 속에 남아 있는 그 상황은 참된 기억으로 재생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 친구와 찍었던 오래된 사진 속 장면을 떠올려 보자. 분명 친구와 찍었지만, 어떤 상황에서 찍었는지, 같은 반 친구인지 아닌지, 심지어 그 친구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희미한 상황 중 한두 가지는 어렴풋이 기억날 수 있지만, 온전하고 완전한 기억은 불가능하다. 사진도 찍힌 순간은 팩트(fact)로 사진 속에 남아 있지만, 전후 상황은 완벽하게 재생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사진은 기억에 대한 완벽한 대체 수단이 될 수 없다. 사진이 찍혔던 상황은 대부분 기억에서 사라지고, 순간으로 남아 있는 표피적 잔상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기억의 잔상’처럼 말이다.

기록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사진가도 있고, 예술사진(기록사진과 대립되는 의미로서)을 하는 사진가도 있다. 올해의 전시 주제는 ‘기억의 잔상’이다. 주제를 생각하면 얼핏 기록적 이야기와 관련된 작업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전시는 그것만은 아니다. 기획자로서 ‘기억의 잔상’이란 주제를 선택한 의도는 단순히 사진 속 표피적으로 남아 있는 흔적(잔상)을 남기기 위한 것은 아니다. 사진에 박제된 대상은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하나의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의 느낌이나 작가로서 작업에 임했던 마음과 정신은 또 다른 ‘기억의 잔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주제를 정했다.

어떤 상황에 닥치게 되면 본능적으로 셔터를 누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상황을 의도적으로 연출해서 찍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셔터를 누르는 순간만은 그 어떤 사진가라 할지라도 자신의 직관과 주관적 감정이 교차하며 씨줄과 날줄처럼 엮이게 된다.

이번 전시는 예년에 비해 작가 수를 늘려 좀 더 폭넓은 교류를 도모하였다. 서로 다른 작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주조하면서 펼쳐 나가는지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도 전시를 보는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어떤 ‘기억의 잔상’으로 흔적을 남길지는 참여 작가 개인의 몫이자 가능성으로 남는다.//기획·감독 | 문진우//

//전시 배경//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그러나 한 장의 사진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생각해 보면, 개인의 영역을 벗어나 사회적인 역할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사례는 지금까지 많이 있어 왔다. 국내로 보면 4.19의 계기가 되었던 김주열의 사진, 이 땅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불러왔던 이한열의 사진이 그럴 것이다. 눈을 밖으로 돌려보면 수도 없이 많다. 아프리카 기근에 세계인들의 관심을 갖게 했던 케빈 카터의 사진, 유럽 이민 정책에 방향 전환을 이끌었던 터키 해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어린아이 사진들이 그러하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전장을 누비면서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고 알리는 종군 기자들이 찍는 사진들이 그러하다.

우리는 각자의 사진들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를 한 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예술적 차원이나 기록적 가치에 대한 평가도 그렇고, 사진 창작 활동에 있어서도 개인적 활동이냐 아니면 연대로 파급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작금에 몇몇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사진제가 다소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 외에도 지역 간 교류전, 수없이 많은 단체들의 그룹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기획전까지 다양한 전시들은 저마다 역할과 의미가 있다고 본다.

지난 몇 년 동안 이어져 온 부울경 사진 교류전 역시 그런 역할 중 하나였기를 바란다. 올해도 진행하는 이 전시는 과연 지역사회, 나아가 한국 사진문화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과연 긍정적인 역할이나 효과를 발휘하는지 점검해 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시작할 때에는 친목이 강한 교류전 형태여서 참여 작가들도 부담이 적었다. 중앙집중적인 사진문화에 대해 지역의 현역 작가들이 자발적인 비용을 부담해 가면서까지 교류전을 기획할 때에는 부울경 메가시티 형성이 큰 몫을 하기도 했다. 부울경 사진 교류전이 민간의 힘으로 지역 사진문화의 발전적인 마중물이 되어 보자는 취지도 있었고, 새로운 작가들을 더 확보하여 규모를 키우고 국제 교류전도 생각해 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전시장 대관조차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가 회를 거듭해 나갈 수 있는 것은 지역 사진작가들의 교류에 대한 굳은 의지와 연대에 대한 믿음, 지역 사진의 발전 가능성과 사진 인프라의 질적인 도약을 바라는 마음들이 서로 간절히 통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유명 사진작가들도 초대하여 사진 작품의 다양성과 좀 더 나은 질을 기대하는 이번 전시부터는 더욱 친목 도모를 위한 전시는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이 전시가 향후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교류전에 대한 성격과 의미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진지한 고민들이 솔직하게 오갈 때, 이 전시는 향후 생겨나게 될 많은 교류전이나 사진전에 제대로 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더 발전적인 지역 교류 사진전의 장을 만들기 위해 중간 점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큐레이터 | 최경헌//

장소 : 부산시청 제1,2,3전시실
일시 : 2024. 6. 2 –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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