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너’ 소개//
”예술가의 파트너”
‘Artner’는 Art(예술)와 Partner(동반자)의 합성어입니다.
모든 예술가와 예술인들의 든든한 파트너가 되고자 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트너에서만큼은 종목, 인종, 성별, 취향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마음껏 내면의 예술성을 펼치기 바랍니다.
아트너가 동반자가 되어 언제나 곁에 있겠습니다.
”공유와 소통의 공간”
아트너(Artner)는 예술을 향유하는 모든 이들의 파트너입니다.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던 예술 속 숨겨진 의미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려드릴게요.
아트너(Artner)는 계몽이 아닌 공유와 소통의 공간으로 다가가겠습니다.

//안혜림 작가 인터뷰//
사람에게도 첫인상이 있듯, 그림에도 첫인상이 있다.
‘천진함’. 안혜림 작가의 그림의 첫인상은 천진함이었다.
꾸밈없고 자유분방한 필치, 단내가 풍길 듯 알록달록한 색채, 젊음과 낭만, 동화.
티 없고 때 타지 않은 뜻을 가진 온갖 단어를 대변하는 캔버스는 천진한 소녀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었다.
때문에 전시를 준비하며 안혜림 작가가 70대 노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아트너의 문을 열고 들어선 그를 처음 마주했을 때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짧은 견식 속 ‘노인’이 그렸다기엔 너무나 젊고 활달한 화풍이었기에,
작가가 많아봤자 40~50대를 갓 넘은 중년층일 것이라 으레 짐작했고,
그림이 아닌 작가를 처음 대면했을 때 받은 인상 역시 노인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화가 안혜림은 그의 그림을 꼭 닮아 있었다.
‘그이기에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구나.’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새 캔버스만큼이나 말갛고 해사한 미소, 설렘과 기대,
낯선 이와 낯선 공간을 마주하는 반가움을 가득 담아 반짝이는 눈.
희게 바랜 머리카락이 아니었다면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었을 테다.
양손을 곱게 모으고 전시회에 처음 초대받은 아이처럼 상기된 표정으로
10여 년 만에 열리는 본인의 개인전 전시장을 둘러본 그녀는,
이어진 50분간의 인터뷰 내내 꿈을 꾸는 듯한 소녀의 표정으로 울고 웃으며
그녀의 그림과 삶 전반에 담긴 사랑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Q. 10년 만의 전시 소감은?”
”A.” 팬들에게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그동안 마음이 많이 슬퍼 집 밖으로 아예 나오지 않았어요.
그림도 못 그렸죠. 저는 기쁘지 않으면 붓을 들지 않거든요. 우울하면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용기를 주신 많은 분들 덕에 이제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 동창회를 다녀왔는데 거기서 아흔이 넘은 선배님들을 많이 뵀어요.
그 나이에도 꼬박꼬박 동창회를 챙기고 정정한 모습들을 보며
나도 ‘저때까지 살 수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어요.
이제 다시 작업을 시작할 거예요. 새로 정착한 밀양에서요.
”Q. 아트너의 개관전이자 안혜림 작가의 컴백을 알리는 이번 전시의 부제는 ‘금빛 만선’이다. 전시를 기획하며 실물로 처음 만난 작가의 ‘해바라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황금빛과, 2호 캔버스를 거대한 에너지로 채운 신작 ‘만선’에서 영감을 받은 제목이다. 전시를 대표하는 두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A.” 만선을 그리게 된 스토리는 어린 시절과 아주 아주 오래전에 꾼 꿈속에서부터 시작돼요.
어린 시절 저는 영도의 선착장 근처에서 살았어요. 물고기든 물건이든 가득 실은 배가 하루에도 몇 번이나 오갔죠.
그러다 지금의 남편과 선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은 날 밤 그 꿈을 꾼 거예요.
선착장에 배가 기울 정도로 뭘 많이 실은 배가 들어오는데, 그 배에서 남편이 물건들과 함께 내리는 게 아니겠어요.
어찌나 생생하던지. 그 꿈뿐만이 아니라 배에 관한 좋은 추억도 많아요.
어린 시절 아버지는 휴일이면 저희 6남매를 배에 태워 바다로 나가 마음껏 놀게 하셨어요.
그러니 눈을 감아도 배가 보일 지경에 이른 거죠.
제게 만선이란 삶과 밀접하고 늘 마음속에 있는 것이에요. 모든 그림이 그렇지만 만선을 그리며 정말 즐거웠어요.
해바라기는 2010년도에 유독 많이 그렸네요. 당시엔 아무 의미 없이 해바라기가 그저 좋아서 그렸어요.
미국에서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하며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 시절이 너무 좋아 붓질에 유독 자신감이 넘쳤죠.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인 노란 바탕의 붉은 ‘해바라기’는 남편이 유독 좋아하던 그림이라 제게도 의미가 깊어요.
다만 아쉬운 건 그 시절에 그림을 그리던 물감을 모두 써버려, 지난 작품과 같은 해바라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Q. 안혜림은 대중들에게 부산의 풍경을 자유분방하고 정열적인 화풍으로 담아내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최근 거처를 밀양으로 옮기며 신작 ‘밀양’을 발표했는데, 전작들보다 색감이 한층 더 강렬해지고 소품 위주의 작품들이 많아졌다는 차이점이 있다.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이 주는 분위기가 부산과는 또 다른 영감을 준 건지?”
”A.” 그럼요. 밀양은 부산과는 아주 다른 곳이죠.
신작 ‘밀양’은 트럭에 얼음골 사과가 가득 쌓인 모습을 그린 그림이에요.
친한 지인의 사과 농장에 초대받아 산더미처럼 쌓인 사과를 마음껏 고를 기회가 생겼는데,
제가 좋은 사과를 고르는 법을 몰라 덜 익고 맛없는 사과만 잔뜩 골랐더니 지인이 기겁을 하며
맛있는 녀석들로 한 자루를 가득 채워 챙겨주는 거예요.
돌아오는 길에 내가 고른 사과 한 자루, 지인이 골라준 사과 한 자루, 두 자루를 안고 있는데
어찌나 마음이 꽉 차고 부자가 된 것 같던지.
그때의 가득한 마음을 사과 트럭으로 표현했어요.
순박하고 순수한 밀양 친구들에게 받는 즐거운 에너지가 그대로 색채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사과를 시작으로 파인애플, 수박 등 과일을 담은 시리즈를 새로 작업 중이랍니다.
소형 캔버스 작업은 최근에 시작했는데, 그전엔 워낙 대형 작품들 위주로 작업을 했다 보니
최대한 덜어내는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하던 습관이 있어 그런지 잘 안 되네요.
”Q. 색채 이야기를 좀 더 해보겠다.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밝고 대담한 색채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작가의 내면과 시선이 마주하는 색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A.” 6남매 중 막내딸로 자랐어요. 사랑만, 사랑만 받으며 대책 없이 밝게 자랐죠.
아버지께선 비바람만 조금 불어도 절대 저 혼자 등교를 못 하게 하셨어요.
그 시절에 딸을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교문 앞에 곱게 내려주셔서 남학생들의 우상이 되곤 했어요.
사랑 이야기를 하면 남편도 빼놓을 수 없죠. 무조건적으로 나를 사랑해 주던 사람.
첫눈에 반해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결혼이 한 번도 후회되지 않았을 만큼
변함없이 나를 이해해 주고 사랑해 준 사람이에요.
결혼 전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그림 못 그리게 하면 결혼 안 할래요.” 했더니
시원스럽게 “해줄게.” 대답했던 약속을 평생 지켜줬어요.
주변에서 “마누라 그림 그리게 하면 쪽박 찬다.”라고 아무리 말해도
저를 향한 남편의 물질적, 심적 지원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떤 일까지 있었냐면, 파라다이스 호텔에서의 첫 개인전을 며칠 앞두고
긴장과 떨림으로 잠을 못 이루자 남편이 제게
“당신 그림 하나도 안 팔아도 돼. 내가 다 살게. 그러니까 걱정 말고 발 뻗고 자.”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곤 그다음 날 아침 제 통장에 그림 값 1,000만 원을 몽땅 넣어줬어요.
이런 남편이 어딨겠어요. 그렇게 받은 사랑이 평생 가슴속에 남아 있는 거예요.
그러니 제 눈에 세상이 얼마나 알록달록 환상적으로 보이겠어요?
지금도 가끔 넘치는 사랑을 주체 못 해 주변 사람들 손을 덥석 잡거나 안아버려서
상대방을 당황시킬 때도 있답니다.
또 색채를 대담히 쓰는 건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것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워낙 보색 대비를 자주 쓰다 보니 언젠가
‘안혜림 작가는 색약이라 그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보색 대비의 그림을 많이 그린다’는 풍문이 돈 적도 있었습니다.
재밌죠? 만약 제가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사람이라면 이런 그림들을 못 그렸을 거예요.
”Q.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지금도 미래에도 그림을 그릴 안혜림은 어떤 화가이며, 어떤 화가가 되고 싶은지?”
”A.” 지금은 스스로의 그림에 흡족해하는 화가는 아니에요.
그림에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은데, 혹자는 너무 많은 것을 그리려 한다는 평가를 하더군요.
뭐든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게 아니겠어요?
보는 사람이 즐거웠으면 하는 마음에 그림에 많은 요소를 담는 거라 지금도 최대한 많은 걸 그리고 싶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은 항상 하고 있답니다.
그럼에도 앞으로도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이번 전시를 방문하는 관람객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
”A.” ‘행복의 전달사’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누군가 저를 그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행복 전달사’라고.
전시를 방문하시는, 제 그림을 보신 모든 분들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아트너//
장소 : 아트너
일시 : 2024. 5. 31 – 6. 2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