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우展(이젤 갤러리)_20250828

//전시를 준비하며//
나를 감싸는 바람 속에서,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집 뒤뜰, 바닥에 핀 민들레, 내 주위 풍경은 때가 되면 누군가 찾지 않아도 어느새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걸 보여 준다.
삶은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흐르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다. 설명하거나 증명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음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모든 것은 존재 자체로 충분하며, 그것은 내 안에 잠든 내면아이와 닿아 있다.
조용히 잠들어 있지만, 단단하고 흔들림이 없다.
잠든 듯 보이지만 깨어 있고, 비어 있는 듯하지만 가득 차 있다.
모든 것은 스스로의 리듬을 가지고,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바람도 꽃도 나와 나를 둘러싼 풍경도 그 흐름 속에서 온전히 존재한다.
나는 고요한 진리 앞에서 말없이 잠들어 있지만, 그 잠은 저항이 아닌 수용이며,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흘러감을 주시하고 있다.

//작가 노트//
작고 눈에 띄지 않는 것에 관심이 가고 눈이 머물렀다.
비가 오면 꽃봉오리를 닫고 해가 나오면 활짝 피어 보이는 당연하지만 절대적인 것에 소임을 다하는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을 보며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소명을 다하는 것들에 언제나 경이로움을 느끼며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해왔다.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지는 수많는 감정을 둘러싼 현상들 그리고 수많은 의문이 나를 통해 펼쳐진다. 이 수많은 감정을 둘러싼 무의식의 향연들은 어디서 왔을까 따라가다 보면, 눈앞의 것들은 내가 의식하고 만든 것 또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만든 것임을 인지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때가 되면 자기 역할을 하는 이름 모를 꽃들과 식물들을 떠오르며 지금 이 감정들을 돌보고 치유할 힘이 바깥의 무언가가 아닌 나에게 있음을 알아차리고 힘을 뺌과 동시에 마음을 내려놓고 모든 것은 순리대로 그 자리에 있음을 인지한다. 이렇게 내려놓음은 편안함의 몸의 형태인 잠으로 연결된다.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잠을 자고 깊은 숙면을 취할 때 가장 이완되며 편안함을 느낀다. 잠은 편안함과 동시에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시간이며 동시에 깨어나기 전 준비를 하는 고요의 시간이다. 잠을 자고 있는 시간은 엄마 뱃속에서 잉태된 아기가 태어날 준비를, 깊은 땅속에서 씨앗이 새싹으로 피어오를 준비를 하는 시간이다.
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닌 깊은 휴식과 동시에 피어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나는 꿈꾸는 행위를 통해 편안함과 따뜻함을 구현하고, 나에게 일어나는 상황과 대상을 유희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일상의 경험, 잠을 통한 깊은 내면, 희망하는 꿈을 마주하며 작업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홍승우//

장소 : 이젤 갤러리
일시 : 2025. 8. 28 –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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