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지展(솔트 갤러리)_20250922

//작가 노트//
나는 오랫동안 자연을 작품의 본질로 삼아왔다. 자연의 이미지를 유기적인 곡선으로 형상화하거나, 자연이 지닌 긍정적인 힘을 강조하기 위해 자연의 색을 담은 옻칠로 색을 입히고 있다. 곡선이 강조된 도형이나 유기적인 형태의 기물들은 내가 경험한 기억을 끄집어내어, 한 장면, 한 조각의 색으로 표현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지난 전시는 움츠렸던 코로나 시대에 숲을 산책한 기억에서 출발했다면, 이번 전시 ‘오직, 너의 바다’ 는 일상적인 내면의 가치를 조명하기 위해 개인적인 감정을 바다라는 매개체로 담아낸 작업이다.
수개월 아프고 나서 실패와 취소, 거절로 불편했던 일상을 지나 죽음에 대한 불현듯한 무서움을 느끼고 나서 일상의 재발견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전의 나에게 바다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였고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한 친구와 함께 수없이 바다를 찾으면서, 그곳은 나에게 치유와 회복의 장소가 되었고, 일상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이 변화는 나에게 무엇보다 큰 선물이었고, 어쩌면 사랑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나의 감정 변화와 쌓여온 시간,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바다의 기억 위에 시각화한 것이 바로 이번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곡선과 직선의 조화와 옻칠 기법이 주는 독특한 색감이 특징이며 이는 평면적 이미지를 리듬과 반복을 통해 입체감을 가지게 하며 전체적인 공간 안에서 구조적 긴장감으로 작용한다. 반복적인 리듬감을 통해 평면적인 작업과 조형적이고 유동적인 관점으로 변화하는 입체 작업을 지향한다.
자연의 품은 옻칠은 시간을 켜켜이 쌓아내는 방식으로 표현되며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축적을 시각화하는 데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통해 관람자 역시 각자의 내면 속에 간직한 바다를 떠올리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색과 이야기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출렁이는 파도에 자신만의 방향키를 부여잡고 꿋꿋하게 앞으로 향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나만의 감정의 바다를 헤쳐나가고자 한다. 사적인 아픔을 단순하게 개인의 차원에서 바라보지 않고, 공동체의 시선으로 또 다른 아픔을 바라보거나 나아가 괜찮다고 위로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 오직, 너의 바다 ’ 전시를 통해 오늘도 잔잔한 파도가 치는 무탈한 일상을 감사하며 자신의 바다를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임은지//

장소 : 솔트 갤러리
일시 : 2025. 9. 22 –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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