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잃어버린 것으로부터의 귀환과 복원의 회화적 서사
사회적 침묵을 드러내는 균열의 지층, 회화는 복원된 신화의 반영이다. ‘온전한’ 회화를 위해 역설 위에 서고, 진실을 말하려 이미지를 왜곡한다.
가장 깊은 진실은 완벽하게 지어진 허구 속에 깃든다. 보이지 않는 응시와 환영 속에서만 도달할 수 있는 진실이다. 감춰진 구조와 침묵 속의 환영을 더듬으며, 가시적인 환상을 통해 자서전적 모티프를 이용한다. 이 기억들은 내 것이기도, 우리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국가, 제도, 언어의 틈새에서 맴도는 유령들의 집합체, 단편들을 조합하고 재조립한다. ‘배제된 존재’의 파편들을 찾아내고, 색으로 봉합한다….
회화는 언제나 어떤 결핍이나 부재에서 출발한다. 말해지지 않은 것, 지워진 것, 기억에서 밀려난 것들. 나는 그 결핍의 틈에서 회화를 시작한다. 이번 작업은 ‘귀환’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 귀환은 단순한 회귀도, 복고도 아니다. 되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달라진 형태로, 변형된 시간과 이미지로 나타난다. 내가 그리는 것은 잃어버린 것으로부터 되돌아오는 자취이며, 그것을 회화적으로 복원해가는 과정이다.

회화는 사회적 침묵의 균열을 비추는 반사면과 같다. 우리는 종종 어떤 것들을 ‘잊기로’ 결정한다. 역사는 기억의 연속이라기보다는 망각의 조직일 때가 많다. 잊혀진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틈새를 따라 떠돌다 환영의 형태로 되살아난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그 환영의 순간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기 위해, 나는 오히려 왜곡하고 감춘다. 진실은 종종 완벽하게 구축된 허구 속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설의 창’ 위에 나는 회화를 펼친다. 현실의 서사는 너무도 날것이며, 너무도 직접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진실에 도달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미지를 해체하고, 뒤섞고, 왜곡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형상들 속에서 ‘자서전적 모티프’를 발견한다. 이 모티프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기억과 맞닿는다. 그것은 개인적 서사이면서도 집단적 상흔이며, 동시에 말해지지 않은 유령들의 흔적이기도 하다.
나는 의도적으로 구조와 형식을 해체한다. 반복되는 붓질과 감정의 충동을 따라 그려진 이미지들은 결코 정돈되지 않는다. 그것들은 유령처럼 불분명하고, 침묵처럼 무겁다. 어떤 장면은 다층적인 의미를 담고 있고, 어떤 색은 말해지지 않은 고백처럼 스며든다. 그 속에서 나는 회화를 통해 말하지 못한 것들을 이야기하려 한다. 언어가 미치지 못하는 곳, 제도와 국가, 사회의 틈새에서 배제된 존재들의 파편을 불러오는 것이다.
그 파편들은 온전하지 않다. 마치 손상된 기록처럼, 지워진 얼굴처럼, 나는 그것들을 찾아내어 화면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그것들을 색으로 봉합한다. 어떤 색은 감정을 대변하고, 어떤 질감은 기억의 농도를 시각화한다. 내가 회화를 통해 시도하는 것은, 결국 하나의 ‘복원’이다. 그러나 그것은 실물의 복원이 아니라 감정의 복원, 기억의 복원, 진실의 복원이다.
이 복원의 과정은 완결되지 않는다. 언제나 틈이 있고, 균열이 남는다. 그 틈에서 새로운 이미지가 태어나고, 새로운 의미가 발생한다. 나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틈이야말로 진실이 도달하는 장소라 믿는다. 회화는 그 틈을 비추는 창이자, 그 너머를 응시하는 눈이다.
이번 전시는 그런 점에서 ‘귀환’의 서사이자, ‘복원’의 시도이며, ‘역설’에 대한 실험이다. 감춰진 구조 속에서, 보이지 않는 환영을 통해, 나는 다시 말하려 한다. 무엇이 지워졌는지를. 그리고 무엇이 여전히 살아 있는지를.//서유정//
장소 : 아리안 갤러리
일시 : 2025. 11. 27 – 12. 19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