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나는 김충진의 이번 작품에서 일견 산, 폭포, 강, 꽃무더기 따위의 구체적 대상을 해석하려는 태도보다 자유로워진 행위성, 명료해진 색상감과 색과 선, 면의 층위들이 주는 이차적 이미지에 주목한다. 화면을 색채와 선, 구성의 평면적 논리보다 행위성에 기탁하고 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 작업에서 여실하게 드러나는 표현주의적 대상 해석은 객체를 대하는 특징이지만, 언제나 구체를 넘어서서 추상화하려는 여지를 부정할 수 없었다. 설핏 보게 되는 구체적 대상의 섬세한 감흥, 추상적 즉흥성까지 변화에 호응하는 것도 그런 특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호응의 일환으로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은 구체에서 추상으로 가는 길로 대범하게 나아가게 하고 있다. 여느 작가들과 비교되는 조형적 실험이나 시도라서가 아니라, 한 작가 안에서(솔직히는 익숙한 것에 더 애착을 가지는 나이에) 이런 변화를 시도하고, 완성도 높은 이미지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의외로 여겨진다.
그의 이번 작품전은 단순하게 그리는 노동의 양이 줄어들고 번잡한 작업실의 정경이 단조로워지고 뒤처리가 수월해졌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감성적 표출에서 양적·질적 변화를 얻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는 자신의 태도와 방식에 적극적인가를 보여주는 면모다. 이 시대 삶과 예술에 대한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다시 읽게 한다.//강선학//

//평론//
김충진은 한가한 부산 풍경을 그리지 않는다. 마치 뜨거운 솥뚜껑 위에 얹힌 듯 집과 도시의 대로들을 뜨겁게 긋고 두텁게 발라 올린다. 그의 출생지는 이북 함경남도이다.
부산다운 에너지가 강렬하게 피어올랐던 부산의 원도심인 남포동과 광복동, 그리고 그 앞을 내지르는 힘찬 물줄기는 부산에서 태어난 사람이었다면 오히려 발견해 내지 못하는 애증적 시각이다.
이러한 시각 현상을 자기만의 독특한 물상으로 치환하는 데 오랜 기간 천착해 온 작가이다. 쉽게 눈에 드는 작업 방식보다 대상의 본질과 그 사물의 성격을 최대한 진중하게 표현하려는 기다림의 미학을 알기에, 오히려 굳건하면서 활기찬 회화성을 획득한 듯하다. 독특한 개성으로 표현된 또 다른 모습의 부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이상수//
//작가 노트//
6·25 전쟁, 마지막 피난처 부산은 생존의 끝자락이었다. 피난길은 어둠의 연속이다. 1951년, 9살 소년은 자갈치 어시장의 밤 불빛에 사로잡혔다. 출항 전 제빙공장 앞에 늘어선 어선들의 강렬한 집어등 불빛이 뇌리에 각인되어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부산에 정착해 70년을 살고 있다. 이런 연유 때문인가? 지금까지 부산항의 역동적인 숨결을 아날로그의 궤적으로 담아오고 있다.
3년 전 예상치 못한 어깨 부상으로 작업을 중단해야 했다. 화가로서 최악의 조건에서 태블릿이라는 새로운 도구의 창을 열게 되었다. 파노라마(panorama)식 큰 그림에 천착해 오던 나에게 손바닥만 한 작은 캔버스가 주어진 것. 극과 극의 상황인데 오히려 심상은 경계를 허물고 자유로워졌다. 창조된 몇몇 이미지에서 형상은 사라지고 강렬한 색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 중 마무리로 살려낸 것들을 이번에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내 오일 페인팅의 그림 세계와 디지털 믹스드 미디어(Digital Mixed Media)의 경험이 접목된 아크릴화를 대비하여 보여주기로 했다.
안녕이란 말이 현실로 다가오는 나이다. 그저 주어진 조건에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획 하나하나에 생의 의지를 담을 뿐이다.//김충진//
장소 : 아스티 갤러리
일시 : 202. 3. 11 – 5. 11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