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없는 불, 국제교류展(부산 갤러리)_20260516

//전시 소개//
도예는 본래 흙과 불, 그리고 자연환경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어 온 예술이다. 특히 장작가마 번조는 단순한 제작 기술을 넘어, 연료와 공기, 재와 화염의 흐름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복합적 환경 시스템이자 동아시아 도자 문화의 중요한 전통 가운데 하나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현대 산업사회 이후 장작가마는 생산 효율과 환경 문제 등의 이유로 점차 축소되거나 역사적 기술로만 인식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전통적 번조 방식을 오늘의 환경적 관점 속에서 다시 사유하고, 현대 도예의 지속 가능성과 공동체적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실험적 교류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지난 5월 2일부터 4일까지 진행된 이번 번조는 부산 지역 도예가 5인과 호주의 도예가 Steve Harrison이 함께 참여하여 이루어졌다. 번조는 양구에 조성된 연기 없는 장작가마에서 약 35시간 동안 진행되었으며, 사발과 달항아리 등 100여 점의 작품이 무유 상태로 재임되었다. 유약을 사용하지 않은 기물들은 장작의 재와 화염, 환원과 산화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표면을 형성하였으며, 이는 인간의 의도와 자연적 우연성이 공존하는 장작 번조 특유의 미학적 특성을 드러낸다.

특히 이번 작업은 장작가마의 전통적 조형성과 더불어 친환경적 번조 방식에 대한 논의를 함께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스티브 헤리슨이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친환경 도예 방식은 단순히 과거 기술의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새로운 도예 실천의 방향성을 제안해 왔다. 연기 없는 장작가마 역시 기존 장작가마의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여 연소 효율을 높이고 배출을 최소화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전통 기술이 단순한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 속에서 재구성되고 발전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도자사적 관점에서 보면, 동아시아의 도자 문화는 언제나 재료와 연료, 그리고 가마 구조의 변화와 긴밀한 관계 속에서 발전해 왔다. 조선 백자의 성립 또한 단순히 미적 완성의 결과가 아니라, 양질의 백토 확보와 번조 기술의 발전, 효율적인 가마 구조의 축적이 결합된 결과였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번 번조는 과거 장작 번조의 물리적 특성과 미학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면서도, 환경적 지속 가능성이라는 contemporary한 가치와 연결시키려는 실천적 연구의 성격을 지닌다.

또한 이번 전시는 지역 간, 세대 간, 국가 간 교류라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부산 지역 도예가들과 양구의 번조 환경, 그리고 호주 도예가의 경험이 하나의 가마 안에서 교차하며 형성된 이번 작업은, 장작가마라는 공동의 노동 구조 속에서 도예가 지닌 집단적 창작 방식을 다시 환기시킨다. 장작가마 번조는 개별 작가의 작업을 넘어 다수의 참여와 협업, 시간의 공유를 전제로 이루어지는 과정이며, 이러한 특성은 현대의 개인화된 제작 환경 속에서 점차 약화되어 온 공동체적 제작 문화를 다시 성찰하게 만든다.

결국 이번 전시는 결과물 자체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전통 번조 기술의 현대적 해석, 친환경적 도예 실천에 대한 가능성, 그리고 국제적 교류 속에서 형성되는 공동의 작업 경험에 그 의의가 있다. 전시에 놓인 사발과 달항아리들은 단지 완성된 기물이 아니라, 흙과 불, 환경과 인간, 그리고 서로 다른 지역과 문화가 교차하며 형성한 시간의 기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정두섭(양구백자박물관 관장//

장소 : 부산 갤러리
일시 : 202. 5. 16 –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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