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현展(PH 갤러리)_20260502

//작가 노트//
구름은 피어나고 지워진다. 그 흔적을 쫓아간다.
생각은 순간적으로 피어나고 지워진다. 쓸수록 그릴수록 흩어진다.

과거의 작업이 결괏값을 향한 어느 정도의 설계가 있었다면, 이번 작업은 공중을 떠도는 기록 정도로 말하고 싶다. 나는 본래 효율성을 위해 결과를 예측하고 최적의 경로를 찾으려 했지만,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그 예측 회로를 비껴가려고 했다.
결과에 맞추어 통제하지 않을 때, 비로소 알 수 없는 과정이 화면 위로 드러난다.

보는 이는 왜 같은 것들을 그렸지? 라고 물을지 모른다. 그러나 매일 피어나고 흩어지는 구름은 고정된 실체가 없다. 어제의 구름(그림)을 다시 그리는 행위는 복제가 아니라, 어제의 나를 통과해 오늘의 나로 재정립하는 과정이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를 기억하지만, 동시에 어제의 나를 부정하며 존재한다. 그리기 자체를 지양하고 생각을 없애는 행위는, 전두엽을 잠재우고 몸의 리듬을 그대로 맡기는 일이다.

반복은 결코 되풀이되지 않는다. 근육의 떨림, 외부의 노이즈, 오늘의 기분이라는 변수는 복제 오류를 필연적으로 발생시킨다. 어제의 그림과 오늘의 그림이 같냐고 묻는다면, 나의 세포와 기억이 어제와 다르듯 그림 또한 결코 같을 수 없다. 나는 단 한 번도 같은 선을 그을 수 없었다.
생각은 구름처럼 찰나에 피어났다가 기록하려는 순간 흩어진다. 복제 과정에서 일어나는 데이터의 손실은 생각의 휘발성을 시각화하는 과정이다. 그릴수록 옅어지고 흩어지는 형상들은, 결국 ‘나’라는 존재 역시 고정된 데이터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며 소멸해가는 흐름임을 증명한다.//문지현//

장소 : PH 갤러리
일시 : 2026. 5. 2 – 5. 31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