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
갤러리 발트(대표 오영주)는 이번이 첫걸음이 아니다. 2022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롯데몰 수지점 5층에 문을 연 갤러리발트는 그동안 신진·중견작가를 지원하는 기획전 중심의 운영으로 수도권 미술계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키워온 공간이다. 독일어로 ‘숲’을 뜻하는 갤러리 이름에는 예술가들이 쉬고 성장하는 터전이 되겠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갤러리를 이끌어온 오영주 관장은 로사 오(Rosa Oh)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화가이기도 하다. 서양화를 전공하고 덴마크 유학을 거쳐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열어온 그는 숲과 바다, 빨간 지붕과 집 등을 소재로 위로와 쉼을 그려왔다. 창작이 주었던 치유의 경험을 다른 작가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갤러리 설립의 계기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수지점 시절 갤러리발트의 운영 방식은 뚜렷한 색깔을 지녔다. 대관료를 받지 않는 초대전을 원칙으로 삼아 경력이 많지 않은 청년·신진작가에게 개인전과 2인전, 기획전의 기회를 열어주었고, 쇼핑몰이라는 입지를 살려 미술관이 낯선 일반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판매 수익금을 잠비아 어린이 교육 지원으로 연결한 ‘잠비아 생태마을 후원 특별기획전’, 한국외국어대학교 우크라이나어과 및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과 함께한 우크라이나 평화 포스터전 등 예술과 사회공헌·국제교류를 잇는 프로젝트도 여러 차례 선보이며 지역 미술계의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처럼 ‘지역 기반의 작가 육성형 갤러리’로 자리를 잡아온 갤러리발트가 이번에는 청담이라는 미술시장의 중심지에 새 거점을 마련했다. 수지에서 다져온 신진작가 발굴과 기획전 운영의 노하우가 청담의 컬렉터층, 국내외 화랑 네트워크와 만나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지는 이번 개관전 ‘PASSAGE’에서부터 가늠해 볼 수 있다.

청담동 101-13, 유리 커튼월 건물의 1층. 흰 파사드 위에 ‘GALLERY WALD’라는 간판이 단정하게 자리 잡았고, 그 위로는 흰색 인체 조각이 걸터앉아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붙든다. 도로에 면한 두 개의 대형 쇼윈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전시장이다. 왼쪽 창에는 추니박(Chuni Park)의 <유채밭이 있는 제주성산포>의 아름다운 풍경이 걸려, 유채꽃의 강렬한 색채 대비가 회색빛 도심 골목에 환한 숨구멍을 낸다. 오른쪽 창 너머로는 화이트큐브 내부의 회화와 조각들이 그대로 들여다보인다. 갤러리 안으로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전시는 시작되고 있었다.
개관전의 제목 ‘PASSAGE’는 의미심장하다. 통로, 이행, 건너감. 새 공간이 작가와 관람자, 예술과 일상, 그리고 어제의 미술과 내일의 미술 사이를 잇는 통로가 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참여 작가는 모두 11명. 추니박, 데이비드 염(David Youm), 제이류(J Ryu), 지오최(Jioh Choi), 김영곤, 김지숙, 김지영, 김현주, 문민, 하종욱, 한준호가 회화, 조각, 도자, 혼합매체를 아우르며 저마다의 ‘통로’를 펼쳐 놓았다.
전시장 안은 흰 벽과 노출 천장의 담백한 화이트큐브다. 입구 쪽 기하학적 추상 회화에서 시작해, 한준호의 숲 연작과 하종욱의 시간의 흔적과 기억의 층위를 표현한 화면을 지나, 안쪽 벽면의 데이비드 염 연작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그 자체로 하나의 ‘패시지’를 이룬다. 회색 배경 위에 오렌지색 패딩을 입은 인물, 자전거를 끌고 가는 뒷모습, 파란 화면 속 힙색을 멘 사내. 염 작가의 인물들은 가족과 오래된 골목, 기억 속 풍경을 소환하며 과거의 불안과 위안을 동시에 어루만진다. 그 곁에는 문민의 알루미늄 인체 조각이 사각 프레임 안에 갇힌 동시대인의 고독을 곧추세우고 있고, 김현주의 ‘Neo-Flower’ 연작과 김지영의 유기적 형상, 김지숙의 동화적 점토 조각이 희망과 생명의 서사로 화답한다. 제이류가 일상의 사물에 개입시킨 강렬한 색채, 지오최가 동양화의 미학 위에 회화·도자·영상·AI를 넘나들며 쌓아 올린 초현실적 화면, 김영곤의 절제된 목조각 회화까지—구상과 추상, 전통과 동시대가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개관전은 한 갤러리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첫 문장이다. ‘PASSAGE’가 보여준 문장은 명료하다. 세대와 매체를 아우르는 폭넓은 작가 스펙트럼, 거리를 향해 열린 쇼윈도의 개방성, 음악과 환대가 어우러진 살롱적 감수성. 여기에 수지에서부터 이어온 신진작가 지원과 사회공헌의 철학까지 더해진다면, 갤러리발트 청담이 앞으로 어떤 작가들을 발굴하고 어떤 컬렉터들과 만나며 이 ‘통로’를 넓혀갈지 그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아트인코리아 2026.07.04. 이상민//
장소 : 갤러리 발트(청담)
일시 : 2026. 7. 3 – 8. 1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