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이재갑의 사진, 흔적을 읽고 흐름을 남기다
이재갑 작가의 전시 ‘모서리/Corner’는 오랜 시간 현장을 누비며 포착해온 사진의 의미를 여섯 개의 섹션으로 풀어낸 작업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적(跡), 영(影), 적(赤), 상(傷), 지(誌), 류(流)라는 여섯 개의 키워드를 통해 사진이 품은 감정과 기억, 그리고 시간의 결을 차분하게 펼쳐 보인다. 사진은 한 장의 이미지로 끝나지 않고, 현장에서 쌓인 경험과 사유가 겹쳐진 결과물이라는 점이 이 전시의 핵심이다.
첫 번째 섹션 ‘적(跡)’은 자취와 흔적을 뜻한다. 작가는 오래된 현장에 남은 발자국 같은 순간들을 사진에 스며들듯 담아내며, 개인적 경험이 만들어내는 울림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영(影)’은 그림자를 통해 피사체와의 교감을 시도하는 작업이다. 단순한 시각적 장치가 아니라, 프레임 안팎을 연결하는 매개로서 그림자를 활용해 사진의 관계성을 확장한다.

세 번째 ‘적(赤)’은 붉은색, 곧 분쟁과 고통의 현장을 가리킨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현장의 흔적은 사진 속에서 더 선명한 시각 언어로 전환된다. ‘상(傷)’은 상처와 치유를 다룬다. 작가는 사진이 상처를 완전히 치유할 수는 없지만, 그 아픔 곁에 머무는 태도만큼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지(誌)’는 지난 30년간 모아온 자료집, 포스터, 출판물, 영상 등 기록의 층위를 보여주며, 사진 작업이 단일 이미지가 아닌 아카이브의 성격을 지닌다는 점을 드러낸다.
마지막 ‘류(流)’는 흐름이다. 작가는 도덕경의 구절처럼 물의 태도를 떠올리며, 삶과 작업을 다투지 않고 흘러가게 두는 자세를 말한다. 결국 이재갑의 사진은 현장을 기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흔적을 읽고 상처를 견디며, 삶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시선을 쌓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장소 :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일시 : 2026. 7. 28 – 8. 22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