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식展(갤러리 하스)_20260717

//전시 소개//
도예가 관음요(觀音窯) 8대 묵심(默心) 김선식 작가는 한국 도예 역사에 있어 전통의 맥을 잇고 새로운 지평을 여는 독보적인 사기장(沙器匠)이다. 2024년 1월,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32-마호 문경 사기장(청화백자)으로 지정되며 그 예술적 가치와 공로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그는, 영조 시대인 1730년대 1대 김취정 사기장으로부터 시작된 280여 년 관음요의 역사를 현대에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중추적인 인물이다.

김선식 작가의 작품 세계 근간에는 무거운 역사의 숨결이 자리하고 있다. 발물레를 처음 제작해 사용한 1대, 조선백자 9대 가문에 남아있는 도자 유물 중 제작 연도가 가장 오래된 ‘백자경신명발’을 만든 사기장 4대, 달항아리 제작에 탁월한 기술을 인정받아 왕실 소속 사옹원의 분원 사기장으로 발탁된 5대, 그리고 그림에도 재능이 있어 도자 그림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선친 7대 김복만 선생에 이르기까지 관음요의 가마에는 한 번도 불이 꺼진 적이 없다. 어릴 때부터 어깨너머로 도예를 배우고 늘 흙을 주무르며 자란 그는 가문의 비전(秘傳)을 체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이제는 대한민국명장회 도자기기능경기대회 대상 등을 수상하며 자연스럽게 도예가의 길을 걷게 된 아들 9대 김민찬(한국전통문화대학교 재학)에게 그 맥을 전수하며 한국 도자사의 살아있는 줄기를 묵묵히 이어나가고 있다.

그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핵심 분야인 ‘청화백자’는 기존의 아주 깨끗한 백자의 공식과 궤를 달리한다. 그는 문경에서 터를 잡고 도자기를 구우면서 문경 흙을 쓰는 것은 당연하며, 이것이 가장 문경다운 도자기를 만드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순도가 떨어지고 탁도가 높아 푸른빛이 살짝 감돌면서 불순물 같은 점이 있는 문경 흙의 특성을 십분 살려냈다. 선조들은 이 흙으로 생활 도자기를 주로 만들었으나, 그는 숱한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대형 항아리를 빚어내는 데 성공했다. 작가는 자신의 청화백자를 두고 “일반 백자가 맑고 깨끗해 세련된 아름다움을 준다면, 제가 만든 청화백자는 투박하고 거친 듯한 느낌을 주지만 깊은 맛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마치 “삼베나 우리 어머니, 할머니가 오랫동안 입어서 약간은 낡은 듯한 무명옷 등의 느낌”을 주어, 완벽하게 세련된 차가움 대신 곁에 두고 오래 어루만지고 싶은 친근함과 한국적인 질박함을 선사한다.

그의 작업 공간은 280년의 감각과 현대의 과학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김선식 작가는 아버지에게서 기술적으로 많은 것을 습득했지만, 도자를 할수록 주먹구구식 기법을 넘어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이론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독창적인 기법이 후대에 정확히 전수될 수 있도록 수년 전부터 더욱 충실히 작업 일지를 기록해 오고 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화두를 두고 스스로 많은 시도를 해 전통을 이으면서도 시대적 흐름을 적극 수용한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도자기 요철 부분에 황토를 덧발라 대나무 잎 모양을 내어 백자의 깨끗함과 분청의 질박함을 동시에 살린 ‘관음댓잎자기’(2006년 특허), 선친으로부터 전수한 경명주사를 이용해 새로운 진사 유약으로 만든 ‘경명진사’ 특허 출원 등이 그 대표적인 결실이다. 나아가 좋은 나무로 구워야 도자기의 빛깔이 제대로 나오는 것을 알기에 전통 방식대로 소나무 땔감만을 고집하면서도, 땔감인 적송의 건조 기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화도 올리는 소성 시간을 3분의 1 정도로 단축하는 혁신을 이뤄내 행정자치부 주관 ‘대한민국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흙과 불을 다루는 장인으로서의 여정은 개인의 작품 활동을 넘어 한국 도자 생태계 전체의 발전과 세계화를 향해 확장되고 있다. 그는 사재를 털어 우리나라 최초의 다완 전문 박물관인 ‘한국다완박물관’을 관음요 갤러리 내에 개관했다. 1전시관에는 김정옥, 천한봉 선생 등 원로 도예가들과 작고 작가들의 작품을, 2전시실에는 2세대 작가들의 다완과 다기 세트를 전시하는 등 고대 다완부터 한중 대표 작가 80여 명의 근현대 작품 2,500여 점을 집대성했다. 또한 작품 설명서에 한국어는 물론 영어, 일어, 중국어를 병기해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한국 다완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으며, 조만간 전수관 곁에 생활 자기 박물관도 추가로 건립할 예정이다. 차(茶) 인구가 줄고 장기화되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젊은 도예가들이 도예를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닌 장인의 마음가짐으로 대하기를 바라며 기꺼이 길잡이가 되어주는 그의 굳건한 행보는, 삼백 년 내공을 삼십 년 외길에 담아낸 예술가의 품격이 무엇인지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장소 : 갤러리 하스
일시 : 2026. 7. 24 –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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