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철형展(이젤 갤러리)_20260825

//전시 소개//
자연의 환희, 그 세 번째 시리즈BLOSSOM

지철형의 작업은 오랫동안 자연을 바라보는 일에서 시작되어 왔다.
그에게 자연은 단순히 아름다운 식물의 형태를 재현하는 대상이 아니다. 식물의 생장과 변화, 그 안에 존재하는 질서와 생명력은 인간의 삶과 맞닿아 있는 하나의 세계로 인식되어 왔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수년간 이어온 ‘자연의 환희’ 연작을 한자리에서 조망하는 동시에, 그 연장선에서 처음 선보이는 새로운 ‘BLOSSOM’ 꽃 시리즈를 소개한다.
작가는 그동안 야자나무 잎을 중심으로 한 LEAF 시리즈와 선인장 작업을 통해 자연이 가진 서로 다른 생명성을 탐구해왔다.
특히 LEAF 시리즈에서 화면을 가득 채우며 방사형으로 뻗어 나가는 잎의 선은 단순한 식물의 형태를 넘어선다. 중심에서 바깥으로 확장되는 수많은 선들은 끊임없이 성장하는 생명의 움직임이며, 동시에 각자의 방향으로 뻗어나가고 휘어지며 살아가는 존재들의 모습이다.
겹겹이 포개진 잎들은 복잡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나름의 질서가 있다. 투명하고 노란 새순에서 시작해 단단하게 성장하고, 바람에 흔들리고, 휘어지고, 마침내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는 과정은 식물의 생장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은유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러한 시간의 흐름을 특히 녹색의 변화를 통해 담아내고자 했다. 노란 새순의 빛에서 깊은 녹색으로, 다시 회색과 갈색의 기운으로 이어지는 색의 변주는 하나의 색 안에 생장과 성숙, 쇠퇴의 시간이 함께 존재함을 보여준다.
선인장 시리즈에서는 또 다른 생명의 모습이 나타난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자신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선인장은 강인한 생명력과 삶을 지속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대지의 기운을 끌어안고 하늘을 향해 형태를 만들어가는 선인장의 육중한 구조와 독특한 질감은 자연이 가진 생존의 힘을 드러낸다.
이처럼 작가는 잎에서 확장하는 생명을, 선인장에서 견디며 성장하는 생명을 바라보아 왔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돌아 이번에는 꽃 앞에 선다.
식물을 그려온 작가에게 꽃은 어쩌면 너무 자연스러운 소재일 것이다. 그러나 지철형에게 꽃은 오히려 오랜 시간을 돌아서야 마주하게 된 대상이다.
30년 만에 다시 꽃을 그렸다.
이 사실은 이번 꽃 시리즈를 단순한 소재의 변화로 바라볼 수 없게 한다.
잎이 생명의 과정을 보여주고, 선인장이 생명의 지속과 의지를 보여주었다면, 꽃은 그 생명이 잠시 도달하는 충만한 순간을 보여준다.
꽃은 피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지나며, 향기를 남기고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계절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하나의 기억이 된다.
이번 BLOSSOM에서 꽃은 단순한 아름다움이나 사랑의 상징에 머물지 않는다. 꽃은 짧았기 때문에 더욱 선명하게 남는 시간이며, 존재했던 순간에 대한 기억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화면 속에 등장하는 흰 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새는 꽃을 설명하거나 장식하기 위해 등장하지 않는다. 꽃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생명이지만, 꽃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통과하는 존재다. 꽃은 한자리에서 피어나고 지지만, 새는 잠시 머물다가 다시 떠난다.
작가는 그 순간을 흰색의 단순한 실루엣으로 남긴다.
사실적으로 묘사된 꽃과 달리 새는 구체적인 색과 질감을 벗어버린 채 하나의 평면적인 형상으로 존재한다. 이 대비를 통해 새는 특정한 한 마리의 새라기보다, 그 순간 꽃 곁에 머물렀던 하나의 생명, 그리고 지나가 버린 시간을 기억하게 하는 흔적으로 읽힌다.

꽃이 피어 있는 동안 새가 잠시 머문다.
그리고 꽃도, 새도 결국 그 자리를 떠난다.
하지만 화면에는 그 짧은 만남이 남는다.

이 때문에 흰 새는 ‘자유’와 같은 일반적인 상징으로 읽히기보다, 존재와 부재 사이에 머무는 하나의 순간에 가깝다. 꽃이 사라진 뒤에도 기억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것처럼, 떠난 새 역시 화면 안에서는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문다.
결국 꽃과 새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간의 덧없음과 기억의 지속성을 보여준다.

꽃은 다시 피어난다.
새도 다시 날아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했던 바로 그 꽃과 바로 그 새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계절은 반복되지만 경험은 반복되지 않는다.
그 한 송이의 꽃, 그 순간 곁에 머물렀던 하나의 생명은 오직 기억 속에서만 다시 존재한다.

그래서 작가는 꽃을 그린다.

사라지는 것을 붙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존재했던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관점에서 ‘BLOSSOM’은 기존 작업으로부터 단절된 새로운 출발이 아니다. 오히려 작가가 오랫동안 바라보아 온 자연에 대한 시선이 한 단계 더 깊어진 결과에 가깝다.
확장하는 잎에서, 견디는 선인장으로, 그리고 마침내 피어나는 꽃으로.

지철형의 자연은 계속해서 생장하고 변화한다. 그 안에는 시작과 성장, 견딤과 성숙, 개화와 소멸이 함께 존재한다.
‘자연의 환희, 그 세 번째 BLOSSOM’은 그 생명의 순환 속에서 작가가 새롭게 발견한 한 순간의 환희와 그 순간이 기억으로 남는 과정에 관한 전시다.

꽃은 잠시 피고 진다.
새는 잠시 머물다 떠난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은 그림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존재했던 순간이 기억되는 한,
꽃은 다시 피어나고 새는 다시 그 곁에 머문다.

//작가 노트//
자연의 환희 시리즈, 그 세 번째 이야기 BLOSSOM

수년간 “자연의 환희”라는 주제로 선인장, 야자잎등 식물을 소재로 그들이 가진 각각의 형태와 자연의 질서, 선적조형미에 심취해 작업을 이어왔다.
특히 방사형의 선적인 LEAF시리즈는 화면 가득 생장하는 선을 통해 확장적이고 무한한 생의 기운 즉, 에너지를 담았다.
하나 하나 들여다 보면 복잡한 듯 겹겹이 쌓여 있지만 나름의 질서와 잎 하나 하나의 방향이 결국 태어나고 성장하고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고
뻗어나가고 휘어지기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각자의 모습들이었다. 투명하고 노란 새순으로 시작해 뻗뻗하고 고개 숙일 줄 모르는 시기를 지나
회색빛 갈빛으로 퇴색해 가며 자기 자리를 내어놓는 우리 삶과 무엇 하나 다를 게 없었다.
전체 화면은 녹색으로 귀결되지만 노랑에서 회색빛까지 녹색의 변주를 통해 그 깊이감과 시간성을 담으려 했다.
선인장시리즈는 강인한 생명력과 척박함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삶에 대한 의지를 투영하는 이야기들이다.
계절에 따라 잎을 떨구거나 색을 바꾸지도 않고 생을 보내온 시간 그 자체가 형태로 남는다.
대지의 기운을 그대로 끌어안고 하늘을 향해 형태를 만들어 가며 단단해져 가는 모습.
유니크한 질감과 입체감의 밍크선인장은 선인장의 귀족이다. 다양한 철화를 접목한 것인데 오묘한 색감과 자태를 뽐낸다.
자신의 생장점을 내어주고 이식된 철화를 이고 키워내는 기둥선인장은 끌어모은 물을 올려주며 멋지게 키워낸다.
서서히 하나의 유기체가 되며 새로운 꿈을 꾸리라.
30년 만에 꽃을 그렸다. 식물을 그리고 자연이 주제인 화가가 꽃을 그리는게 당연하겠지만 돌고 돌아왔다.
꽃은 자연이 보여주는 가장 큰 선물이고 축복일 것이다. 그렇기에 사랑을 대변할 것이다.
내게 꽃은 짧은 순간과 그 시간의 기억이다.
잠시 피어 충만한 행복을 주고, 향기를 남기고 어느새 기억으로만 남고 기다림의 시간으로 이끈다.
그 기억과 존재했음에 대한 증명으로 그림으로 남긴다.
어떻게 보면 그리 짧게 다녀가고 기억하게 하여 영원할지도 모르겠다.
봄이 오면 제철에 또 다시 찾아오겠지만.. 그 한 송이 이름도 없던 그 한송이는 영원한 기억 속에만 피어 있다./지철형//

장소 : 이젤 갤러리
일시 : 2026. 8. 25 – 9. 9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