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도감展(갤러리 아리랑)_140314

마린시티에 있는 갤러리 아리랑은 동백섬 가까운 곳에 위치 해 있다. 동백섬은 3~4월이 되면 지천에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울창한 동백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지금은 APEC 정상회담이 열린 누리마루하우스가 동백섬만큼 유명해져서 누리마루하우스를 보러 오는 관광객이 오히려 더 많다. 아라트리움 2층에 있는 갤러리 아리랑은 특히 저녁 무렵이면 갤러리에서 나온 조명으로 인해 동백섬 인근 산책로를 걷던 시민들의 발길을 끌기도 한다. 아마도 이런 매력 때문에 최근 마린시티 내에 갤러리들이 하나 둘씩 생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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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아리랑은 작년 11월 마린시티로 이전, 개관 후 첫 단체전을 개최하고 있다. 전시에 참여한 총 9명의 작가들은 이미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13일의 금요일’에 전시를 하자는 데서 시작한 ‘13금’ 모임은 조금씩 숫자가 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어떤 도감(Pictorial Book of Something)’이란 전시 제목으로 다양한 영역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참여한 작가들 면면을 살펴보면 순수 미술,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인, 공예 등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고 이번 전시에서는 서로간의 오랜 친분을 통해 자유로운 창작물을 기획, 준비했다.

어떤 도감이란 제목에서 도감은 실물 대신 사진 등으로 대신 볼 수 있도록 만든 책을 뜻한다. 전시는 이러한 도감의 의미를 확장해서 실제 눈으로 볼 수 없는 장면들을 담은 도감을 만들자는 기획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전시장 작품들을 살펴보면 일반적인 시각에서 탈피, 상상 또는 아이디어적인 요소가 다소 많이 포함됐음을 볼 수 있다.

고양이 인간으로 많이 알려진 성유진 작가는 극사실주의적인 식물도감을 그려내고 있다. 어떻게 무수히 많은 선들을 그렸을까 싶을 정도로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전민수 작가는 손의 다양한 포즈를 단순하게 그리고 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주먹을 움켜지는 그림, 손가락이 어긋나는 장면 등에서 작가의 아이디어가 엿보인다. 자신의 아이와 함께 직접 작품을 제작한 박철호 작가, 가상으로 출판사를 만들고 서적을 제작한 홍지, 전지나 작가의 ‘가짜 도감’ 설정도 흥미롭다.

서로 상관없는 듯한 사진을 아래위로 붙여 상관관계의 의미를 부여하고 사진 속에 소리를 느끼게 한 양재광 작가와 도감을 책이 아닌 미디어나 입체물 등으로 표현하여 촉각적인 도감의 형식을 제시한 박주영, 원세형 작가의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봄로야 작가는 음반, 드로잉북의 일부인 ‘기억의 재수집’ 연작 10점을 전시한다.

도감에 사용되는 이미지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시각적 기호라면, 작가들의 도감은 그러한 기호들의 체계와 배열을 다각도로 해체시킨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은 도감이라는 매체를 통해 작가의 심상을 드러내보는 유쾌한 시각표현의 일면을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4월 26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아리랑
– 일시 : 2014. 3. 14 – 4. 26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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