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임展(갤러리 아트숲)_20150528

//평론 조정육//

그림이 시가 되어 마음을 위로할 때

당신은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본 적이 있는가. 눈이 내리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하늘호수에 구름이 담기고, 봄의 별자리에 꽃등이 켜지는 순간을 목격한 적이 있는가. 우리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나 오랫동안 자연의 신비를 잊고 살았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언제나 마음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조재임의 작품은 그 자연의 신비를 우리에게 투명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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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임은 2006년 이후 한지로 작업을 해왔다. 한지에 물감을 떨어뜨린 다음 칼로 오려내기를 반복한다. 작가는 저마다 다른 형태와 색을 지닌 나뭇잎들을 일일이 접착제로 붙이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숲을 만든다. 나무가 봄에 싹을 틔우고 시퍼런 한여름을 보내다 이윽고 가을에 빛이 바래는 과정이 그녀의 작품 속에 오롯이 담긴다. 그녀의 주된 관심사는 자연이 생성해 내는 에너지다. 강렬한 생명력으로 자신만의 나이테를 키워가지만 다른 나무의 뿌리를 짓밟는 대신 서로의 다리를 포개어 살아가는 상생의 세계다. 저마다의 빛깔로 눈부시면서도 자신의 색을 강요하지 않는 순수함의 결합이다. 우리가 닮아야 할 자연의 모습이고 되찾아야 할 마음의 무늬다.
그녀가 창조한 작품은 일정한 틀이 있다. 울창한 숲속에서 나무 사이로 올려다 본 작은 하늘은 옹달샘 같다. 하늘의 옹달샘에는 시시각각 다른 풍경이 담긴다. 구름이 담기는가하면 파란하늘이 담긴다. 환한 햇살이 담기는가하면 적막한 어둠이 담긴다. 때론 잠자리가 놀러올 때도 있고 소금쟁이의 발짓에 파문이 일 때도 있다. 옹달샘 안에 담긴 풍경은 시간에 따라 수시로 변하지만 옹달샘을 담은 프레임은 변하지 않는다. 옹달샘이 바람 숲이 되고 하늘호수로 바뀌어도 이런 규칙은 바뀌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옮긴 것이 아니라 작가의 마음 속에 들어온 자연을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감상자는 작가가 재구성한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한다. 작가가 오랜 사유를 거쳐 가장 편안하게 꾸민 자연 앞에서 감상자는 강팍하고 헝클어진 마음을 내려놓는다.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어느새 방전된 심신의 에너지는 충만해진다. 다시 일어나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여기서 걸어 나가면 시들해진 일상이 경이로움과 충만함으로 가득할 것이다. 예술작품의 효능이 영혼의 치유임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동양에서 산수화와 화조화가 수 천년동안 지속적으로 사랑받아 온 이유와 다르지않다.
조재임의 그림은 시다. 자연을 노래 한 전원시다. 그녀가 늘어뜨린 시의 커튼을 걷고 나면 그 안에서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목동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있을 것 같다. 오래전에 국어교과서에서 읽었던 알퐁스도데의 『별』은 어릴 적에도 아름다웠고 지금 읽어도 아름다울 것 같은 순수한 사랑의 기억이다. 모국어 같은 그리움이다. 별을 본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질 때 문득 떠오르는 고향 같은 아련함이다. 조재임의 작품이 시가 되는 이유다.//글 조정육

<작가약력>

부산대학교 미술학과, 동대학원한국화전공 졸업

//개인전
2015 BEYOND (갤러리 아트숲/ 부산)
2013 Window Gallery,VIP Lounge 초대전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 부산)
숲, 바람이 분다 (갤러리 아트숲/ 부산)
2012 조재임 초대개인전 (AA갤러리/ 대구)
2011 조재임 초대개인전 (롯데갤러리 부산본점/ 부산)
/외 5회

//주요 단체전
2015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벡스코/ 부산)
2014 김미희, 조재임전 (소울아트스페이스기획/ 부산)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벡스코/ 부산)
MVG에비뉴엘라운지전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한국화동질성전 (제주특별자치도 문예회관)
아트쇼 부산 (벡스코/ 부산)
2013 한국화동질성전 (부산문화회관)
불휘전 (부산대학교 아트센터)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KNN월석아트홀/ 부산)
2012 Open your eyes (Watling gallery/ 호주)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30주년기념전 (부산대학교 아트센터)
조선통신사 NOW전 (토모노우라 지역/ 히로시마, 일본)
/외 다수

//수상. 제 18회 대한민국한국화대전 우수상 (광주비엔날레 전시실)
레지던시. 2012 부산문화재단 아시아창작레지던시 (후쿠야마/ 일본)
현. 부산미술협회 회원, 부산대학교 • 동아대학교 출강

– 장소 : 갤러리 아트숲
– 일시 : 2015. 5. 28 –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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