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창작展(혁 동인전, 갤러리조이)_20150724

갤러리조이에서는 제 63회 ‘혁’ 정기展 ‘공감과 창작’을 개최하고 있다. 혁정기展은 햇수로 53년간의 역사를 가진 현대미술사의 산 증인이다. 혁의 창립은 1963년 11월 실험적 미술을 추구하는 김동규, 김종근, 김종철, 김홍규, 박만천 5명의 작가로부터 결성됐으며, 국내 현존 동인展으로서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광주에서 활동하는 에뽀끄Epoque는 ‘혁’보다 1년 늦다고 한다.)

전시장을 찾는 날, 혁(爀) 회장인 허종하 작가, 이성재, 유진재, 정택금 작가를 현장에서 만났다. 네 작가의 희끗희끗한 연륜에서 혁(爀)의 역사가 느껴진다. 2012년 김종근 초대 회장의 별세로 이제 ‘혁’ 창립 멤버들은 모두 작고했고, 남아 있는 멤버들은 옛 선배들로부터 구전으로 들은 전설 같은 이야기들로 창립의 흔적을 찾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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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재 작가는 1966년도 대학 입학을 하고 시공보관에서 전시회를 갖는 그룹 ‘혁’을 처음 봤다고 한다. 당시 구상이 거의 전부였던 분위기에서 혁은 그 자체가 혁명(레볼루션)이었다. 서울에선 홍익대 출신들이 추상을 접할 무렵 지방에서는 거의 구경조차 하기 힘든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후 혁은 현재까지 실험적 정신과 추상을 지향하고, 전시에서는 가급적 큰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야기는 계속 됐다. 40대의 김종근 작가가 미협 이사장이 될 무렵, 어느 삼합집에서 김종근 이사장과 부산일보와 국제신문 문화부장이 한 자리에 앉게 됐다. 술 자리에서 벌어진 언쟁은 40대 젊은 작가와 언론의 자존심 싸움이었다.

부산일보,국제신문 문화부장 : “야!, 너희 혁… 40대에 미협 이사장은 너무 야한 것 아냐?”
김종근 이사장 : “무슨 소리야, 그런 너는 40대에 문화부장은 안 야하고??”

싸우고, 술 먹고, 어깨동무 하던 시절이었다.

1973년은 ‘혁’이 국내외로 발돋움하는 시기였는데, 동년 4월 서울현대미술제에 11명의 ‘혁’ 동인 작가들이 초대됐으며, 11월엔 일본 교토에서 ‘혁’ 동인 전시를 하기도 했다. 2004년에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에서, 2006년엔 중국 톈진에서 ‘혁’ 전을 여는 등 국제적으로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전시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질 무렵 허종하 회장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미술동인 혁 50년사’와 ‘제 31회 대한미국남부현대미술제’ 도록이었다. 한 장 한 장 넘겨볼수록 기록으로 남겨야 할 장면들이었다. 53년의 역사와 63회의 정기전… ‘혁’의 역사는 지역을 넘어 미술사의 줄기가 되고, 바탕이 되며 역사가 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7월 30일까지 갤러리조이에서 계속 된다.

– 장소 : 갤러리조이
– 일시 : 2015. 7. 24 –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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