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원展(갤러리 조이)_20151021

미술세계 8월호

창은 안과 밖을 가로막는 물질적인 장치인 동시에, 형이상학적 세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알레고리로서 예술 장르에 등장해왔다.
하지만 그 기억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작가에게 중요하지 않다. 단지 문성원 작가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각인되는 인상과 내면에 환기를 일으키는 기억의 메커니즘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는 기억이란 단어를 떠올릴 때 무의식적으로 과거와 관련된 행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억을 해내는 과정은 과거의 단편에서 오되, 그 결과물은 철저히 현재라는 시공간에서 도출된다는 양면성을 가진다. 그런 점에서 문성원작가가 창을 소재로 제작한<기억의 창> 작품은 기억을 개념적으로 분석한 설계도 혹은 전개도라고 해두어도 좋을 것 같다. 지나간 일을 재차 돌이켜 생각해야 성립되는 기억의 장치는 한 인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감정의 맥락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기억의 창>은 기억이라는 반응 기작을 단순한 원리로서 시각화한 반면, 작품<기억의 여행>은 무의식적이고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억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것은 신경계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세포인 뉴런(neuron)이 인체 전신에 분포함으로써, 신경세포로 전달되어 이루어지는 감각, 운동, 사고 등의 활동과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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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원 작가는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여 평면의 회화에서는 좀처럼 얻어지기 힘든 양감과 입체감을 동시에 구현해 낸다.
이러한 효과는 화면을 규칙적으로 분할함으로써 그 안에 다시 일정한 소실점을 향하는 또 다른 사각형을 무채색 계열로 구성해 짙게 공간감을 부여한다. 이러한 방식은 창속의 창을 만들면서 복제기작을 설명하고 있다.
더 나아가 작품<기억의 창>의 경우에는 3차원 이상의 시공간을 표현하듯 캔버스를 입체적으로 만들어 사각기둥의 면에 각각 존재하는 차원이 다른 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기억의 여행>을 비롯하여<기억의 강>, <기억의 잔상>, <기억의 길>, <기억의 방>, <기억의 숲>등의 신작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기억과 관련된 일련의 작품들은 기억의 잔상과 인상 그리고 추억과 같은 추상적인 감성을 굉장히 논리적인 규칙에 의해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문성원 작가는 무한히 생성되는 형상과 색의 대비를 통해 독자적인 조형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

기억이란 현재와 무의식을 잇는 통로 사이에 부유하는 사실에 근거한 신기루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기억의 창은 어쩌면 인간이 매순간 자발적으로 열어 확인하는 시공간의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좀처럼 열지 않는 기억의 창은 어느새 그 기억을 유기하고. 어느새 기억을 재조합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한 인간의 뇌에 존재하는 기억의 맥락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점에서 문성원 작가가 천착하고 있는 기억에 대한 회화. 설치 작업은 기억이란 행위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임에 분명하다.//글/박정원 편집팀장//

– 장소 : 갤러리 조이
– 일시 : 2015. 10. 21 –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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