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구展(갤러리 조이)_20171227

//부산일보//
순수 우리말인 ‘얼굴’의 ‘얼’은 마음과 영혼을, ‘굴’은 통로라는 뜻이다. 그래서 얼굴이란 영혼이 드나드는 통로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순구(57)는 7000가지가 넘는다는 얼굴 표정 중 오직 하나, ‘웃는 얼굴’만 그리는 작가이다. 입을 크게 벌려 목젖이 보일 만큼 활짝 웃는 어린아이가 등장하는 그의 작품은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다.

갤러리조이(부산 해운대구 중동)가 개관 5주년을 기념해 오는 2월 13일까지 여는 이순구 초대전 ‘처음, 웃는다’에서는 밝고 맑은 어린이의 웃는 얼굴을 소재로 작업해오고 있는 작가의 최신작들을 만날 수 있다. 10호부터 120호까지 다양한 크기의 작품 48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이 작가의 세 번째 부산 개인전. 앞서 2012년, 2014년에도 갤러리조이에서 전시가 열렸다.

이 작가는 이번 초대전에서 원색 계열이 많았던 이전 작품 스타일과 달리 파스텔 톤의 작품들을 다수 선보인다. 차분하면서도 평온한 컬러가 웃음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웃는 얼굴에만 집중하던 종전의 작품 포맷(Format)에서 벗어나 인물과 동·식물이 교감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 많아진 것도 달라진 점. 나귀와 나비, 황금잉어와 청개구리 등이 작품 속 주인공과 어울려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에두아르도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120호 대작 ‘풀밭 위의 식사’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예수와 12제자들이 만찬을 가지면서 활짝 웃고 있는 것도 그렇고, 만찬장의 상하·좌우를 풀밭으로 꾸민 것이 흥미롭다. 시류를 ‘풍자’한 듯한 느낌이다. 반면 ‘꽃비 2’는 꽃잎이 비처럼 흩날리는 가운데 장화를 신은 소년, 소녀가 머리 위로 손을 모아 하트를 그리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어 이 작가 작품의 전형(典型)이라 할 만하다.

전시작 중에는 웃음의 원형(原形)을 찾기 위한 작가의 시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빵 덩어리와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잠자는 뮤즈’, 백제시대 성주사지에서 출토된 불두(佛頭) 등을 그리며 웃음의 본질, 연원을 탐구했다고 한다. 이 작가는 “웃는 얼굴을 모티브로 그림 그리던 초기 ‘왜 그런 싼티(?) 나는 소재로 작업을 하느냐’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그쪽으로 마음이 움직였던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맑은 웃음’을 찾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순구 초대전 ‘처음, 웃는다’=2월 13일까지 갤러리조이. 051-746-5030.//부산일보 2018년 1월 2일 게재, 박진홍 기자//

– 장소 : 갤러리 조이
– 일시 : 2017. 12. 27. – 2018.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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