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을 그리다(작가탐방, 박귀옥)_120313

지난 해 말, 한 통화의 전화를 받았다.  “추PD, 조만간 개인전을 하려는데, 함 봅시다.”  반가운 목소리였다.  근년 들어 1년에 1번 볼까 말까 할 정도로 서로가 바쁜 척(?) 하며 살고 있다.  그리곤 얼마 뒤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나, 내년 초 쯤 전시회를 할 예정입니다.”  “네~ 그동안 작품 만드시느라 바쁘셨구나.”  대학원 졸업전 이후 10여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제야 마음을 굳혔나보다.  그러고 보니 이번 전시회가 그녀의 40대를 정리하는 의미도 있겠다싶다.  인생에 있어 40대는 본인들에게 어떤 시간들이었을까?  그녀는 어떤 축약어로 그 시간을 대변했을까?

연제구 배산 북쪽 연일초등학교 옆에 위치한 그녀의 작업실을 찾아 간 날, “작품의 주제가 뭔가요?” “기원이에요. 소망일 수도 있고요.”  과거 두꺼운 물감으로 구상과 추상을 아우르던 그녀가 이제 한지가 섞이고 전통적 서정에 바탕을 둔 ‘기원’으로 일단락 귀결되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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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 들어서니 색색가지 다양한 색의 선으로 된 작품들이 눈에 띈다.  또 한 쪽에선 사각형의 반투명을 여러 겹 붙인 느낌의 작품도 있다. 색채는 가지고 있되 선이 부각되는 점은 다분히 우리의 정서와도 어울린다.

“예전 우리 조상들은 ‘실’을 건강이나 장수를 의미한다고 했죠. 그리고 사월초파일이면 연등을 붙여 기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기원의 뜻을 적어 연등에 붙이기도 했죠. 격자 모양의 작품들은 종이를 덧 댄 느낌도 주고 창호의 느낌도 줌과 동시에 연등에 붙이던 한지의 느낌 등을 그려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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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귀옥 작가는 그동안 아내이자 엄마에 충실하며 살았다.  이번 전시회는 그런 그녀가 40대를 정리하고 향후의 바람을 이번 전시에 쏟아내고 싶었나보다.

“이번에 큰 맘 먹고 개인전을 준비하셨는데, 앞으로는 작품 활동은요?”  “글쎄요, 20년 동안 그림을 그려 왔지만 이번처럼 개인전을 하기까지 큰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또 언제, 어떻게 전시를 할지는 정하지 않았어요. 또 살아가면서 느끼는 그 뭔가를 그리고 싶을 때는 또 할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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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작업실을 방문하고 나올 때 쯤, 해가 서쪽으로 꽤 넘어간 시간이었다.  배산을 멀리서 보기는 했지만 이처럼 근처까지 와 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올 3월 중순쯤 해운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박귀옥 작가에게 마지막까지 힘내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왔다.  쌀쌀한 겨울날씨다. 따뜻한 봄과 함께 그녀의 전시회가 기다려진다.

– 장소 : 해운대아트센터
– 일시 : 2012. 3. 13 – 3월 18일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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