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展(롯데갤러리 부산본점)_120127

대도시일수록 문화적 혜택을 많이 받는다는 것은 반대의 입장에서는 분명 서글픈 현실이긴 하지만, 막상 대도시에 사는 저자로서는 본의 아니게 여러 가지 수혜를 입고 있다. 주위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것도 그 하나이다. 하긴 복잡한 도시생활이나 매연 등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지만…

토요일 오후 장비를 챙겨 전시장을 찾아 나섰다. 오랜만에 찾은 곳은 서면 롯데갤러리(롯데백화점 내 6층 위치)다.  입구에 ‘비밀의 숲’이란 제목이 크게 붙어 있고 그 아래에는 형광색과도 같은 강한 원색의 작품이 눈길을 확 당긴다. ‘오, 강한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시장에는 세 명의 작가가 그린 작품이 전시되었는데, 작품 속 ‘숲’은 공통된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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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한 바퀴 돌 무렵 롯데갤러리 직원을 만났다.  “오랜만이네요?”  “네, 요즘은 전시 소식 이메일로 안 보내주시네요…”  “어머, 그랬어요. 지금 당장 보내드릴께요…”(후다다닥)  사실 주변에 신문이나 온라인 등에서 전시소식을 바로 알 수 있어 굳이 이메일을 받지 않아도 알 수 있는데… 약간 농담 삼아 던진 말에 직원분이 너무 그렇게 반응하니깐 살짝 미안하기도 하다.

전시장에선 전시를 기획 한 김미희 독립큐레이터와 조영재 작가를 만났다.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두 분이 작품 설명을 상세히 해 줬다. 특히 조영재 작가의 작품설명에선 물리학적 용어들이 많이 나왔다. 파장, 파동, 원자, 분자, 양자, 에너지, 적외선, 가시광선 등… 조 작가는 어릴 적 물리학자가 꿈이었다고 한다. 미대를 졸업하고 전업작가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의 작품 속 곳곳에 물리학적 의미가 숨어 있을 만큼 아직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의 설명을 듣지 않았을 때는 원색의 숲이 마치 아바타 숲처럼 보였지만 작품 속 자연물이 품고 있는 에너지의 시각적 표현이란 말을 들은 뒤엔 정말 그러한 에너지가 뿜어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조 작가는 최근 들어 작품의 형태가 단순화 되고 색상도 무채색이 점점 더 많이 섞여지고 있다고 한다.

배수봉 작가의 그림은 또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과거 과학시간에 모든 물체는 빛을 받음으로써 우리가 눈으로 색상을 볼 수 있다고 배웠는데, 과연 사물 자체의 색깔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오호라~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수봉 작가는 자연 본질의 색을 그리려고 했다고 한다. 그는 과연 그 비밀을 풀었을까? 비밀의 숲이란 전시제목이 그냥 붙여진 건 아닌 것 같다.

염진욱 작가의 그림은 멀리서 보면 웅장한 숲을 그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재미있는 것은 가까이에서 보면 숲 속의 나무들이 나무가 아닌 잎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산과 산사이의 구분에 은은하게 퍼져 있는 운무들은 마치 에너지가 뻗어 나오는, 에너지가 산을 감싸는 듯한 느낌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미희 큐레이터의 평론에서 위 작가들의 특징을 잘 표현하였다.  ‘세 작가의 작품 모두에서,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경계를 유영하는 그 어떤 에너지의 흐름이다. 색채들은 평면 속에 고정 되어 있지 않고 떨림과 울림으로 진동한다. 이러한 진동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자연물의 형태로부터 보이지 않는 세계의 아름다음을 생각하게 한다. 마치 보이지 않는 세계의 진리와도 같은…’  도시생활에 지쳐있는 시민들에게 롯데갤러리에서 에너지를 꼭 꼭 채워 넣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전시를 마치고 근처에 있는 영광도서로 향했다. 얼마 전 책을 한 권 샀더니 영수증에 연락처를 적어달라고 해서 쓴 적이 있었다. 운 좋게도 경품에 당첨됐다고 한다. 3층에 갔더니 한 여직원이 건네는 책이 아주 아주 두꺼워 보인다.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죽기 전에 꼭 들어야할 앨범 1001’이라는 책이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주요 팝송 모음집이었다. 집에 한권쯤은 꼭 소장해서 두고 두고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70~80년대 팝송을 좋아하는 저자는 눈에 익은 앨범재킷을 볼 수 있었다. 좋아하는 팝 아티스트를 열거하면 너무 많아서 생략… 당시에는 빌보드차트 순위를 외울 정도였으니…  지금 커피 한 잔과 함께 꼭 듣고 싶은 곡이 있다면?  ‘Albert Hammond의 For the peace of all mankind’

– 장소 : 롯데갤러리 부산본점
– 일시 : 2012. 1. 27 – 2월 8일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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