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초기사반세기 조망展(피카소 화랑)_20200130

//전시 소개//
피카소화랑에서 2020년을 맞이하여 기획한 ‘한국 현대미술초기사반세기 조망전’이 2020년 1월 30일부터 3월 3일까지 개최됩니다.

최근들어 우리의 현대미술의 시작에 대하여 관심이 많아지면서 관련전시가 개최되고 미술시장에서의 작품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역사적 특수성으로 그 시기의 작품과 기록이 영세하여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이번 전시는 중요미술관에서 조차 만나기 힘든 희귀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사조가 전래된 시점부터 1960년대까지의 작품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부족하나마 우리 미술을 돌아보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며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출품 작품//
권옥연 풍경 유화 1958년작
김경 소와 여인 판화 년도미상
김용조 풍경 년도미상
박상옥 모란 1959년작
박영선 A Woman Artist 년도미상
백영수 동심 유화 1958년작
서진달 정물 유화 1958년작
이제창 풍경 년도미상
임직순 풍경 1969년작과 드로잉 5점
전혁림 풍경 년도미상
정건모 해동기 년도미상

//전시 서문//

한국 현대미술초기사반세기 조망전
― 피카소화랑 2020 새 해 개막전에 즈음하여

김복영 | 미술평론가ㆍ전 홍익대 교수


2020경자(庚子) 년이 밝았다. 10년과 12년을 주기로 ‘간’과 ‘지’라는 두 개의 기의를 크로스오버 시켜 연호를 매기는 우리의 방식에 따르면 올 해는 10가지 간 중에서 일곱 번째인 경(庚)을 간(干)으로, 그 아래 12지(支)의 첫 번째인 ‘자’(子)를 붙이는 해가 된다.
이를 두고 우리의 선대는 올 해를 빛 갈로 표현해 백색으로 상징시켰다. 일컬어 ‘흰 쥐’의 해라는 명제 아래 ‘매우 지혜로워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다’는 걸 부각시키는 데 뜻을 두고 있다. 쥐를 내세워 이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연유가 무엇인 지 궁금하다. 스스로를 천손(天孫)임을 자임했던 우리 선대는 하늘의 가호를 받아 평안을 기원하고 이와 연계해서 만물의 무궁한 존속을 바라는 탑다운식 의미체계를 이어왔다. 올 해의 연호가 시사하는 건 경(庚)과 신(辛)을 동서남북중 오방 중에서 서(西)에 해당하는 길상(吉祥)의 뜻에서 백색으로 표기해 하늘 중 첫 번째라는 걸 강조하려는 데 뜻이 있다.
우리의 이러한 이해를 미술 분야와 연관시키면 그 의의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서구처럼 매해가 똑같은 게 아니라 해마다 그 의의를 달리함으로써 우리의 삶의 의미를 풍요롭게 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를 우리현대미술의 경우로 돌려 말해 보자. 지금의 2020년은 금세기 초기의 1900년부터 생각할 때 어언 1백20년이 흘러가고 있는 시점이다. 이 연한의 하나하나가 균질하다고 생각하는 건 서구의 산출적해석일 것이다. 이는 앞서 말한 우리 문화 관습상의 이해와 충돌한다. 우리의 셈법은 이 기간에다 60갑자를 곱해 7200여의 변화의 시간이 누적된 것으로 이해한다. 초기 사반세기(1960~1985)를 이해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여서 이 기간의 부침을 이처럼 누가(累加)시켜 오늘의 2020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은 전후 간을 누적맥락을 조망하는 우리식의 우주론적 해석의 오랜 전통이다.
이는 해를 따라 전후의 인과에 따라서 삶을 조망하게 한다. 그리고 이에 의해 우리의 삶이 의미를 갖는다는 걸 함의한다. 이 사실은 우리의 초기 사반세기를 이끌었던 선대들이 있음으로 해서 오늘의 2020년이 있다는 걸 뜻하는 말의 핵심이다. 이 모두는 우리의 역사매기기의 관습에서 유래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초기 사반세기를 살았던 그들이 어떠한 존재였는지를 당연히 묻게 된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은 다소간 다른 역사를 갖고 있을 지라도 말이다. 그럼으로 해서 그들이야 말로 다즉일(多卽一)의 절차에 따라 우리미술의 여정을 창조했을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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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화랑이 이를 생각할 수 있는 하나의 로드맵을 일반에게 보여주기 위해 2020경자년 벽두에 우리나라 초기 사반세기에 활동한 작가 11명을 선정하여 조망전을 마련했다. 그래서 그 의의가 새롭고 또 적지 않다. 권옥연ㆍ김경ㆍ박상옥ㆍ박영선ㆍ백영수ㆍ서진달ㆍ이제창ㆍ임직순ㆍ전혁림ㆍ정진모ㆍ황술조 등의 제 작가들이 그들이다. 이들의 출생연도는 빠르게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중순에 걸쳐있으나 대부분이 1910년대에서 1920년대에 태어나 1960~1980년대에 중요 활동을 한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일 세대 작가들이다.
그들은 식민지 시대의 통한과 한국전쟁기의 아픔을 견디며 살아온 우리의 소중한 역사적 인물들이다. 그들은 우리나라가 문화 불모지로 피폐했던 시대에 태어나 결기로써 이와 대결했고 그들의 시대를 자력으로 일구어낸 기적의 창조자들이다. 애초 그들은 일본과 서구로부터 현대미술의 어법을 수용하여 우리의 초기사반세기의 예술을 일구어낸 기린아들이다. 그들은 서구의 추상미술보다는 우리의 감성을 일깨우는 구상미술을 사랑했고 비구상을 곁들일 지라도 우리의 정서를 담아내는 데 모자람이 없었다.
주지하는 것처럼, 우리의 초기사반세기 작가들은 같은 시기의 서구의 선례를 그들의 가슴으로 새김하고 우리의 정서와 교감시켜 전통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우리미술을 마치 실험하는 마음으로 사물을 그렸다. 비록 전체의 양식은 서구의 것을 빌렸지만 그 내용이라 할 미적 혼백은 우리의 것의 외화라 할 수 있다.
바로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현대미술의 오늘이 있었던 게 아닌가! 우리의 초기 사반세기는 이렇게 해서 오늘과 같은 화려한 문을 열었다. 이시기의 그들의 작품에는 그들이 이 문을 열고자 투기했던 잔흔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세칭 연대기적으로는 산업화시대에 진입하던 때였으나 그들의 세계는 여전히 한국의 전통적인 풍광과 인물을 주제로 다루었다. 이 때문에 그들의 작품에는 한국전통사회의 정서가 메아리친다. 겉으로는 새 시대를 구가하면서도 안으로는 전통농경사회의 신화를 간직하고 있다. 이점이야 말로 이 시기의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독자적인 면모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의 세계는 그래서 1980~90년대 이후에서나 볼 수 있는 산업사회의 물질화의 흔적을 일체 드러내지 않는다. 흔히 말해 주체의 익명화와 원자화를 등장시지 않고 있다. 전통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를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이 시기의 그림은 산야이건 정물이건, 나아가선 인물까지도 자연의 노스탤지어를 간직하고 있다. 그들의 세계는 우리에게 홀연히 향수(鄕愁)를 안기는 마력이 있고 그래서 이를 만끽케 한다. 이 때문에 그들의 그림은 추상보다 구상에서 진가를 발한다. 구상이어도 우리를 향수에 젖게 하는 특종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들의 세계를 뮤지엄이 아닌 갤러리가 일반 애호가들이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건 우리에겐 행복하고 놀랍다 할 것이다. 경자년 벽두에 우리의 문화향수(享受)가 이로써 만점을 기록하는 선례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2020. 1. 김복영//

장소 : 피카소 화랑
일시 : 2020. 01. 30. – 03.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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