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웅展(달리 미술관)_20201005

//전시 서문//

‘삶의 흔적’

시인 이기철

작품은 일단 멀리서 보다가 차츰 다가가서 보아야 한다.
접하는 순간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이 있다. 한참 그 이유를 생각해본 적 있다.
불순하고 불친절한 붓질이라기보다 오히려 대담하고 담담하다.
거친 채색은 그가 견뎌온 그리고 시대가 함께 져야 했던 짐이 그대로 얹혀있다.
하지만 정작 슬픔이라든가 분노보다 내재 된 충만 이 더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최근 그가 활발히 발표하고 있는 작품들을 살펴보면 더 그렇다.

송 작가는 가족과 시대를 껴안고 산다.
지긋지긋해서 외면할 법도 한데 그는 생긴 것과는 달리 소처럼 우직하다. 아니 먼 산처럼 든든한 작가다.
그는 늪 같은 화가다. 무엇이든 천천히 빨아 당기는 묘한 힘이 있다.
송 작가 그림 원천은 아무래도 고향 쪽으로 기웃거려봐야 답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그는 부산 안창마을이 고향이다.
산꼭대기 마지막 달동네인 이 마을은 분주한 도심과 이어지고 있지만 언제나 섬처럼 고독한 곳이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한 채, 두 채 얼기설기 지은 판자촌이 이 마을의 원형이다.
이런저런 연유로 밀려난 사람들이 등짐 겨우 내려놓을 수 있는 바람막이였던 곳이다.
그는 이 장소를 재구성하고 있다.
재건축과는 다른 의미다.
‘삶의 흔적’전에 이곳을 기어이 소환하는 이유는 현재 작업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다시’(再)라는 부사는 방법이나 방향을 고쳐서 새로이 무엇인가를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매만지는 ‘삶의 흔적’은 재구성, 원형의 복원, 그리움의 산적(山積)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원적(原籍), 그때를 추적한다.

이번 작품들은 그 속에 살던 사람으로 이어진다. 그 시절 꼬불꼬불했던 골목길을 따라 늘어 서 있던 판자촌 이웃들 이야기. 그래서 ‘그때’와 ‘이때’의 경계를 가늠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역사는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고 그 힘으로 다음 시대를 이끌어 간다.
이런 명백한 사실이 잡담처럼 들리는가?
아니다.
그는 우리에게 담론을 제기하는 방식을 ‘삶의 흔적’으로 택했을 뿐이다.
‘삶의 흔적’은 상처(Scar)와도 같아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
뜻깊은 일은 이번 전시회가 인문학당 달리, 달리 미술관에서 열린다는 점. 이곳 역시
부산 원도심 언덕에 위치한 애환이 교차하는 동네다.
원도심으로 가는 그림들이 이번에 더 환한 길을 내줄 것으로 믿는다.
난, 이런 친구가 있어 마냥 행복하다.//이기철//

장소 : 달리 미술관
일시 : 2020. 10. 05. –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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