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展(갤러리 H)_20201006

//작가 노트//
수채화는 겹쳐 칠을 하게 되면 탁해진다.
그래서 수채화작가는 수채화를 빼는 작업이라고들 한다.
뺄수록 물맛이 나는 것이 수채화라고-
오랫동안 물맛에 매료되었던 나의 수채화 작업에 시간성을 담고 싶었다.
그때 만난 것이 한지였다.
한지의 촉감과 물의 스며듦은 나를 매료시켰고
한지의 사용으로 물맛과 시간성을 함께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물을 가득 품은 한지의 수채화 작업은 온도와 바람, 시간이 한지 속에서 조응하여 예상하지 못한 우연성과 조우하게 된다.
힘의 강약과 농도에 의해 물의 번짐이 달라지고 색의 스며듦도 달라진다.

작업실의 문을 열 때면 어제의 작업으로 자리 잡았을 색을 설레면서 만난다.
한지와 물이 만나 서로를 탐색하며 가까워지기도 하고 내밀기도 한다.
나에게 이러한 과정은 마음이 젖고 마르기를 반복하는 시간이며
벗어놓은 옷 같은 말들을 침묵으로 채우며 할 수 없는 말들, 전할 수 없는 감정을 담아내는 내 안의 움트는 것들의 통증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을 진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원하는 색채를 만난다.
나의 작업은 수채화 작업이지만 10겹 이상 채색되기도 하고 건조되는 긴 시간이 필요하며 이러한 시간성 속에는 나만이 아는 호흡이 있고, 쉼이 있고, 기다림이 있고 마음이 있다.

마치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만나는 일 인 것처럼
나의 작품에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켜가 만난다.

나는 이러한 시간성이 좋다.

나의 작품 속에는 놓칠 수 없는 작은 점 하나, 달이 있다.
그림 속의 작은 달은 그림의 주제이며 나의 세상이기도 하다.
알아차리지 못하는 순간에도 달빛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고 우리를 항상 안아주고 있음을-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고 눈치 채지 못하는 순간에도 어깨를 토닥이는 달빛이 있음을-
달빛 너머 희미한 곰 별자리가 비추고 있음을-
우리에겐 충분히 아름다운 영화 같은 어제와 오늘, 내일의 장면이 있음을-
그대도 나도 반짝이는 작은 빛임을-
사소한 것에도 설레고, 아프고 감동하는 많은 마음을 그러한 세상 속의 소중함을 담아내고자 한다.//김경희//

장소 : 갤러리 H
일시 : 2020. 10. 06. – 10. 27.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