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훈展(부산시민공원 문화예술촌 갤러리2)_20201115

//작업소개 글//
이번 전시는 작가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풍경과 사물들에 대한 관찰과 연구들이다.  이태훈 개인전의 부제목 ‘가재게’는 우연찮게 툭 튀어나온 단어로 사실 존재하지 않는 단어이다.
“어느 날 집 앞 대문에 아주 큰 일종의 ‘소라게’ 형태의 갑각류가 내 앞을 가로막고있는 기이하고 인상 깊은 꿈을 꾼 적이 있다. 마침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강의 수업을 듣고 있던 아내에게 그 꿈을 설명했는데, 꿈에 나왔던 그 갑각류의 정식명칭 ‘소라게’가 생각나지 않았고 의식의 흐름대로 ‘가재게’라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했다. 어린 유년 시절 대부분을 부모님의 가게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것은 삶의 큰 부분을 차지했고 현재 삶에도 영향을 계속 주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가재게’와’가게’라는 단어를 잘 들여다보면 사실 가운데 한 글자만 빼면 같다. 무의식이 가게를 가재게로 교묘히 둔갑한 것이 아닐까하는 지점이 놀랍고 재밌었다.”

“’가재게’하면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는 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가재게’에서 제가 관심 가지는 것은 가재와 게는 유사한 갑각류지만 게는 주로 옆으로 다니는 등 서로 약간은 달라, 주변에 사물을 볼 때도 저건 마치 무엇과도 닮았는데 가까이 가보면 전혀 다르거나 유사한 다른 것이었던 경우입니다. 그리고 저는 갑각류 음식을 섭취할 시 피부가 부어오르는 알레르기를 언제부턴가 갖게 되었는데요.
‘비슷한 듯 다른 것, 가까이하고 싶기도 하나 그러기 어려운 것, 또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계’에 관심을 가지고 표현한다.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예술가도 일종의 이론물리학, 실험물리학자가 아닐까 생각하는 작가는 물질에 대해 계속된 질문을 하며, 길을 오가며 자주 목격하는 쓰레기분류봉투들을 보며 저 플라스틱 통들은 언제쯤 저기 떨어진 돌멩이처럼 변하고 굳어갈 수 있을까, 서로는 어떻게 다르고 같을까 생각하는 데에서 작업이 시작된다.
독일에서 4년간 거주하고 느꼈던 외국인이라는 위치, 여러 일을 병행하며 살아가는 작가라는 직업, 그러한 것들이 작가로 하여금 경계의 삶에 대해 더욱 생각하게 한다.

현재 작가가 거주하는 동래읍성 지역은 과거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목숨을 바쳐가며 지켜온 임진왜란 최대격전지였고 그 후는 독립운동의 격전지였기도 하다. 곳곳마다 가야시대부터 이어져 온 유물이 쏟아져 나오며, 아직 발굴 안된 유물도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산에서 유적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큰 무덤인 복천고분을 중심으로 셀 수 없는 부동산중개소가 들어서며 부산최대규모 5200세대의 부동산 재개발 최대격전지라는 사실이 참 비극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보게 된다. 독일에 작가가 거주했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옛 공장들조차 부수고 새로운 건물을 지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흔적과 현재를 잘 잇고 있는 시스템이 인상 깊었는데, 이곳에선 그보다 역사적으로 훨씬 오래된 문화재 영역이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 서로 교차된다.
작가는 그것에 투쟁하기보다 그 경계에 서서 묵묵히 바라보며 유희하고 관찰 탐구하는 자세로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장소 : 부산시민공원 문화예술촌 갤러리2
일시 : 2020. 11. 15. –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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