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홍부展(이웰 갤러리)_20220817

//전시 서문//
여홍부의 작품세계는 집약된 기의(記意)의 유희며 각색된 실화(實話)의 세계다.

민병일(철학박사)

적어도 나에게는 생각 되어지는 여홍부의 메아리는 테제로서의 작품을 떠나 자연을 배경으로 한 그의 소식적 고향에 대한 반향이다.
그가 1990년 초에 우리에게 소여된 작품은 겸제의 진경산수화를 연상하듯 선묘에 몰입한 간결한 채색의 미점(米點)으로 자연(산), 여인, 리듬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즈음 그는 어릴적 본향의 그리움과 사계의 제행무상한 추상이 항시 메아리 되어 들어왔으리라.
여홍부의 작품 세계는 순수한 개념을 창안하는 재현성의 우선한다. 실재하는 대상을 떠 올리고 그것을 다층기법으로 2차화 시키고 다시 드러나게 한다. 애초에 그는 자동묘법에 집학하며 마티에르나 필세를 자유롭게 표현하며 운무와 함께 율동하듯한 마블링의 메아리 흐름이 작품에 투영되었다.
그는 산이 없는 물은 허허롭고 물이 없는 산은 적막하고 독백한다.
산과 물, 음영의 아우라지 속에서 그리움은 실타래 풀 듯 초기의 작품에 여실히 추상으로 표현되었다.

2000년에 들어서자 그의 작품은 사유에 메아리란 판타지를 통하여 자동기술의 자의적 체제로 표현되고 몽상적인 이미지 형식을 취하기 시작한다.
산세는 꽃으로, 숨어있던 여인은 순차적으로 구체화 되어 군무형상을 띄운다.
이 시절 다솜(Dasom)지에 발표된 ‘춘몽(우리들의 메아리)’ 작품은 강강술래를 연상하는 와선의 흐름 속에 성대의 에로틱 플레이로써 새로운 내안의 바깥을 보여주고 있다. 이어 2008년 그는 지역을 떠나 서울 ‘물파공간’에서 ‘늪, 바람, 우리들의 소리’로 발표된 일련의 작품들을 잠시 숨을 고르듯 갈색조의 색상을 틴트시킨 부드러운 꽃이나 인간을 자연의 바람으로 조용한 흔들림 속에 그의 심상을 노정시키고 있다.
이러한 양태는 그가 아직도 자연의 물상을 암시하나 선묘와 색채의 합병 속에서 정신적인 직감과 함께 아직까지 점철된 유년의 산이라는 모상은 생략되고 군무의 형상으로 전이됨을 볼 수 있다.
요즈음의 여홍부, 지난 40년의 그의 창작의 일상은 산을 대신하여 새와 꽃이 흐드러지며 여인의 바람 속에 군무하며 어찌보면 은영 속에 숨은 듯 하나, 물체의 윤곽은 뚜렷하고 예민하게 세부가 강조되고 있다.
이런 묘법은 광선의 분배는 평등하고 음영의 자극적인 강력한 되쏘임은 배제시켜주며 화면 전체성의 감각을 상실하지 않고 대상의 명확성이라는 점에 있어서 미적쾌감을 느끼게 하여 준다.
그가 추구하는 인체는 관습의 사회 세계로부터 분리되며 해방되어 옷을 벗어버린 벌거숭이는 자연과 하나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계의 자연이 다양한 모습으로 말을 건네듯이 벌거숭이라는 인체의 자연도 우리에게 말을 건네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여홍부가 시종 작품의 소재로 삼고 있는 습기는 그의 심상 속에서 자연이 합일화되고 자연속에서 공명되는 메아리를 시각화하여 관조의 세상으로 유도하며 작품에 투영시켜 최고의 성취속에 다다르게 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인간의 나신을 점출시켜 표상화함은 자신의 권능이라 믿으며 벌거숭이는 오직 관습의 사회로부터 방해된 자연의 일부분으로 생각할 뿐이다.
이제 그가 구안(構案)하는 재현적 형식은 그의 심리 속에서 메아리쳐 나와 순환의 반복을 이루며 그 만의 완숙된 장원(작품)을 만든다.
오늘 그가 천착하는 메아리는 시원적 공간이 주는 여백 보다는 꽉 차여있는 선묘 속에서 집약된 기의(signified)의 유희며 충전되어 있는 창작개념이다. 그리고 각색된 실화의 세계이며 흐름과 운율을 석명 시켜주는 아름다운 사랑의 메아리다.//민병일//

장소 : 이웰 갤러리
일시 : 2022. 08. 17 – 0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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