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옥展(해운대아트센터)_131001

올 해는 미술계에서 민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해 보다 높았던 해였다. 지난 4월에는 부산에서 사설 전시장으로서는 가장 큰 미부아트센터 2층과 3층에서 두 달 동안 민화전을 개최했고 경북 경주에선 4월 22일부터 3일 동안 경주민화축제를 개최했었다. 특히 경주민화축제에선 민화에 대한 근본적인 의미와 장르 구분 등에 대한 학술적인 논쟁이 뜨거웠었다. 10월 1일부터는 해운대아트센터에서 민화채색의 새로운 방법을 시도한 김인옥 작가의 민화전이 개최되고 있다.

김인옥 작가는 부산에서 활동 중인 중견작가이기도 하지만 해운대에서 3년 째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관장이다. 서양화와 한국화 작업을 같이 해 오던 작가가 민화 작업을 한 지는 7~8년 쯤 된다. 외국인들이 한국 전통 채색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하던 끝에 작가는 한국의 전통 민화 채색을 터득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민화라면 책가도, 호랑이, 모란도, 십장생도 등의 그림이 떠오르지만 형태나 종류가 다양하고 조선시대 말 이후 계승이 잘 되지 않아 그 전통성이 조금 모호한 점이 있다. 특히 민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은 일본인인 야나기 무네요시에 의해서인데 현재는 이 민화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논쟁도 일각에선 일고 있다. 어쨌든 민화는 조선시대 이후 조자용(1926-2000) 선생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김호연, 김철순, 이우환, 김기창 등의 작가들에 의해 현재까지 계승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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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옥 작가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시중에 민화 채색에 대한 연구 서적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오래전 작품들은 색이 바래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재들도 모호한 것들이 많았다. 작가는 삼배접지를 한 장지 위에 채색하는 방법을 연구했는데, 특히 바탕색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대한 과제가 까다로웠다. 한지에 사용하는 물감으로는 바탕색 위에 채색하는 것이 결코 싶지 않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채색방법으로는 작은 종지에 물감을 풀어 한 색깔씩 사용하는데 이와 같은 방식은 색의 깊이감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작가는 채색방법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아크릴 물감의 농도 조절, 얇게 덧칠하는 방법, 진주 천연 펄의 사용 등으로 새로운 ‘현대 채색화 기법’을 개발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민화의 주제와 소재에 충실했지만 과거 중국의 영향으로 인해 꽃이나 애매한 소재에 대해서는 작가 나름대로의 그 분위기와 계절에 맞도록 수정을 했다. 일반적으로 단색의 배경 위에 더 밝은 색을 칠하면 밑 색이 비쳐지기 십상인데 작가는 독특한 채색방법을 통해 밑 색이 드러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채색을 했다. 작품을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대부분 세필 작업을 많이 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작품 한 점에 들이는 공과 노력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흔히 민화는 서민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서민들이 사용하는 그림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이에 대해 조금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에 일반 먹도 구하기 힘든 서민들이 어떻게 다양한 물감을 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또한 궁궐에서 용상 뒤에 놓인 ‘일월오봉병’과 같은 작품은 감히 서민들이 그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했을 거란 생각이다. 물론 서민들의 작품도 없지않아 있었겠지만 민화 역시 화원에서 그려진 것들이 아닌 가 작가는 추측한다.

김인옥 작가는 이번 전시와 함께 ‘민화, 새 옷을 입다’라는 서적을 출판했다. 책 내용에는 컬러 도판을 사용하여 민화의 색상을 참고 할 수 있도록 했고 책의 앞부분에는 현대 채색화 기법을 설명 해 놓아 학생들에게 참고 서적이 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작가의 신념처럼 기존의 채색법을 극복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 시킨 작가의 도전정신이 한국 미술에 또 하나의 발자취를 남긴 계기가 됐다. 이번 전시는 달맞이 고개에 있는 해운대아트센터에서 10월 13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해운대아트센터
– 일시 : 2013. 10. 1 –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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