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이展(갤러리 문)_20231225

//작가 노트//
“THERE IS NO PUMPKIN TIME IN MY LIFE”

산비탈에 위태롭게 매달린 늙은 호박이 우연히 내 눈에 들어왔습니다. 외롭고, 치열하게 버티는 모습이 어쩌면 힘든 시기를 겪는 우리네 모습 같아 품에 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연한 만남이 인연이 되어 그 늙은 호박은 나의 작품 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이번 개인전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따뜻한 누구의 눈길과 손길이 없어도 척박한 곳에서 자라는 질박하기 그지없는 호박이지만 가을의 풍성한 호박은 풍요와 행복, 즐거움과 희망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호박은 약재인지 식재인지 모를 만큼의 완벽한 음식입니다. 의미와 효능의 측면에서 더할 나위 없는 존재입니다. 못난 것이 호박이라지만 외형으로도 천대받을 존재가 아닙니다. 그 푸근함은 따뜻한 엄마의 품과도 같습니다.

호박이 오랑캐(호,胡)의 박이라 명명되는 것도 억울할지 모릅니다. 호박의 ‘호’ 는 좋을 ‘호(好)’여야 합니다. 나의 작품 속 호박은 좋을 ‘호((好)’로 시작해서 좋을 ‘호(好)’로 마무리가 됩니다. 호박에 표현된 무수히 많은 입체점은 유쾌한 에너지가 발산된 모습입니다. 나의 작품 속 호박들은 이런 입체점으로 세상에 유일한 존재로 다시 태어납니다.

작품의 제목인 “THERE IS NO PUMPKIN TIME IN MY LIFE”는 나의 염원이고 여러분 모두의 염원이었으면 합니다.//재이//

장소 : 갤러리 문
일시 : 2023. 12. 25 –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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