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展(스페이스 나무 갤러리 오로라)_20240320

//작가 노트//
나는 일상의 사물 중에서도 노동의 도구들을 직관적으로 선택하여 작업에 활용하였는데, 작품에 사용할 오브제로서의 도구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그 전 단계로 도구를 수집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도구들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거나 느낀 노동자들의 삶을 글로써 기록하고, 머릿속에 기억하고, 또 상상한다. 도구를 수집한 다음에는 그 도구와의 교감을 통해 도구에 쌓인 인간의 흔적을 더듬어 나간다. 나는 이런 기억과 기록, 상상과 느낌들을 불러내어 작품으로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와 같은 기존의 작업방식에서 약간의 방향 전환을 시도해 보았다. 전통적 조각기법과 오브제의 활용뿐만 아니라 설치미술, 키네틱아트, 사운드아트 등을 활용하여 표현의 형식을 다양화하였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도구와 노동’을 넘어서 ‘인간과 도구’ 그리고 ‘너와 나’라는 조금 더 포괄적인 주제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였다.//박주현//

//전시의 구성 및 연출//
이번 전시는 각종 오브제가 조합된 형태의 설치작품과 도구를 의인화한 형태의 전통조각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기획하였다.
전시장 입구에 망치를 활용한 전통조각작품인 ‘반갑습니다’, ‘처음뵙겠습니다.’를 배치하여 관객들을 맞이하게 하였다. 그리고 전시장의 한 공간을 고부조에 가까운 평면과 입체 방식의 작품 15점에 할애하였다. 이러한 전통조각작품들은 주로 본래의 망치 머릿쇠 또는 나무로 조각한 망치 머릿쇠와 망치 자루 대신 인체를 조각한 나무를 결합하여 제작한 작품들인데, 좌대 등의 지지대 위에 수직 또는 수평의 형태로 작품을 설치한 다음, 전시장의 공간적 특성을 고려하여 최대한 접근성이 좋은 곳에 배치하였다.

조각가인 나에게 망치는 손의 기능을 연장(延長)하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작가활동의 오랜 동반자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관점의 연장선에서 망치에게 주어진 본래적 도구의 역할을 초월하여 이를 의인화함으로써 망치를 인간의 모습으로 재탄생시켰다. 망치의 머릿쇠는 관객들을 포함하여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으로 유추될 수 있다. 회사원의 머리는 노트북이 될 수 있고, 사진작가의 머리는 카메라가 될 수도 있다. 나의 눈에 비친 망치는 나의 모습이자 타인의 모습이다.

전시장 왼쪽 중앙 뒤편에는 3m 높이의 설치작품 ‘The Sound of a Tree’를 배치하였다. 다양한 오브제로 나뭇가지를 표현하였고, 인체감지센서와 저속모터를 이용하여 나뭇가지의 움직임을 표현함으로써 키네틱 효과도 살렸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전반적으로 정적인 경향의 작품들에 동적인 요소를 가미하였다. 이 작품은 한 그루의 나무가 듣고 느끼는 바람 소리를 배경 삼아 그 위에 각각의 오브제가 가진 개성적인 소리들을 얹은 것인데, 물소리와 같은 자연이 주는 소리와 대장간에서 들리는 쇠 두드리는 소리, 바이올린 현의 소리, 피아노 소리, 총소리 등 인간의 문명이 만들어낸 도구의 소리를 조화롭게 연결하였다. 이 작품 옆에는 ‘지휘자’라는 작품이 자리하고 있는데, ‘지휘자’는 나무상자 위에 움직이는 나뭇가지 하나를 설치한 키네틱아트 작품으로서, 나무의 소리를 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그 밖에 자유롭게 구성된 오브제들을 전시장 벽면에 조화롭게 설치하고 몇 개의 작품들을 좌대 위에 놓아 전시장 외벽에 배치함으로써 관람객들로 하여금 다양한 오브제의 모습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하였다.

//작품설명//
‘생각하는 망치’는 사람형상을 조각한 것인데, 나무망치 머리 부분에 눈코입을 선적으로 표현하여 사람의 머리를 대신하고 있다. 망치는 이를 사용한 노동자의 곤고한 삶이 충만한 도구이다. 조각가는 망치에 내재된 용도성을 넘어서 망치 주인의 노동, 일상의 삶과 공감하면서 그의 감정을 자신의 마음과 같이 감정이입 하는 물화(物化)를 통하여 망치에 감정과 생기가 넘쳐흐르게 한다. 감정이 이입됨에 따라 사람은 자신이 사물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갖게 되며, 심지어는 자신을 망각한 채 사물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갖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이입을 통하여 조각가는 망치를 사용한 노동자와 연결된다.

나는 ‘생각하는 망치’를 통하여 목수가 사용하던 도구에 목수의 감정을 표현하는 동시에 망치 자체를 의인화하여 인간과 도구 사이의 물화(物化)를 표현하였다. 망치의 머리와 인간의 몸을 결합하여 인간인 도구, 도구인 인간을 해학적으로 조각하였다. 작품 속 ‘나무망치’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장소 : 스페이스 나무 갤러리 오로라
일시 : 2024. 03. 20 – 0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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