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다시보는 광복화랑’에서 만날 수 있는 백성흠 작가의 작품은 여행자의 시선을 통해 본 세계의 풍경과 감정을 몽환적인 회화 언어로 풀어낸다. 그는 유럽의 도시와 자연, 그리고 그곳에서 느낀 시간과 공간의 흔적을 스케치한 뒤 이를 캔버스 위에서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이미지로 재창조한다. 이 과정에서 빛과 색, 형태의 조화는 백성흠 회화의 핵심 미학적 요소로 작용한다.

백성흠의 작품에서는 현실의 장소가 곧바로 재현되지 않는다. 여러 겹의 색면들과 추상적인 붓질, 그리고 화려하거나 절제된 색채대비 속에서 실제 경관은 관념과 정서로 해체되고 재조립된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풍경화와 달리, 작가가 직접 경험한 공간의 기억과 감정, 그리움까지 포착하여 회화적 심상(心象)으로 전환시킨다. 실제로 그의 작품 속 프라하, 로마, 세비야 등 다양한 도시의 모습은 구체적인 지리적 정보보다는 여행지의 공기, 정서, 빛의 변화와 같은 비물질적 체험이 강하게 드러난다.
몽환적 분위기는 색의 중첩, 흐릿하게 번지는 형태,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경계에서 만들어진다. 강렬한 보랏빛, 청록의 그림자, 금빛 번짐들은 백성흠만의 감각적 해석이다. 이는 그가 일상적 현실을 넘어서 시간과 감정의 층위를 화면 위에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평면 너머의 시공간을 상상하게 만든다. 붓질은 때론 힘차고 속도감 있게, 때론 섬세하게 행해지며, 화가의 즉흥성과 내면의 충돌감이 화면에서 실재적으로 느껴진다.
백성흠의 풍경은 결국 “내가 바라본 세계의 한 순간이자, 감정의 결절점”이고, 이는 마치 한 편의 시처럼 남는다. 작가는 이상과 현실, 외부와 내면이 뒤섞인 풍경에서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과 희망, 환상과 기억의 정서를 드러낸다. 그의 캔버스는 관람자에게 오래전의 추억, 아직 경험하지 못한 도시의 꿈, 그리고 자신만의 내밀한 감상을 끌어올리는 일종의 ‘감정의 창구’가 된다.
이처럼 백성흠의 회화는 단순한 경치의 모방이 아니라, 시간과 감정, 여행의 의미를 응축한 ‘심상의 풍경’으로 존재하며 도시인의 마음에 색채와 빛의 언어로 깊은 울림을 전한다.
장소 : 다시보는 광복화랑
일시 : 2024. 7. 8 –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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