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평론//
신성호 작가는 35여 년 이상 추상회화의 새로운 모험을 감행했다. 최초에는 형태나 환영을 공제하여 단순화시켰다면, 요즘에는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발생한 묘합(妙合)을 연출한다. 우연이란 자연 발생적 결과를 말한다. 필연은 작가의 지향성을 뜻한다. 신성호 작가는 지향성, 즉 의도를 최소화하면서 최고 수준의 추상성을 표방한다. 다만, 우연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최소화한 지향성에 최대한의 자연 발생을 추구한다. 즉, 최소한의 인위와 최대한의 자연을 추구한다. 서구 회화가와 신성호 작가의 차이이다.
통상적 작가들은 의도에 미의식을 담아낸다. 형식, 표면의 붓질, 질감 등에 작가의 미의식과 총체적 역량을 쏟아부어 완성도를 꾀한다. 이에 반해, 신성호 작가는 자기의식을 겸허하게 줄여 나아간다. 줄이고 줄인다. 덜어내고 덜어낸다. 줄이고 덜어낸 나머지는 자연이 주는 우연이며, 우연의 사태에 작가는 모든 것을 건다. 그러나 최소화된 그 우연의 사태야말로 본질이다. 작가의 절제된 제스처에 의한 표면의 질박한 질감, 우연이 연출한 우주적 질서로 보이는 형식, 최소화된 겸양의 채색 흔적만이 남게 된다. 물감의 층위를 쌓는다는 것은 동시에 지우고 덜어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반복적인 제스처로 수행적 자세를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본질만을 남긴다. 회화의 철학적 의미만을 현시하겠다는 작가의 지향성이다.//이진명 철학박사//

//작가 노트//
잠재된 생명력의 외현
나의 추상작업은 작품이라는 사물로서 지금 있는 그 자체로 스스로 일어나는 일, 오로지 그 자체에만 속하며, 무한의 운동들로 주파되는 현행성을 그 정신적 기반으로 한다. 되어가는 도중의 그 무엇, 타인이 되어가는 생성으로서의 자신을 확인하려는 작업으로 이해된다.
질료로 대치된 공간을 통해 모든 생명체의 본성과 그 에너지를 보다 근원적인 최소한의 회화 언어로 시각화 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의 작품은 그렇게 존재하는, 때론 존재할 수밖에 없는 질료의 던져짐과 다를 바 없는 삶의 여러 양태들을 암시하며, 존재하는 생명체 내면의 의욕을 가시화 하고 싶은 것이다.
큰 획의 붓질을 통한 화면은 관조의 공간을 때론 역동적인 공간을 드러내고, 이렇게 파생된 흔적위에 무심하고 간결한 선과 색이 던져짐으로써 생성의 과정에 있는 듯한 정태적 이미지를 구축한다.
행위의 축적인 바탕의 거친 드러남, 인위를 거부하면서 인위이자 인위가 아닌 것, 있으면서 없는 어떤것도 아닌 것으로 있는, 부재하는 것의 존재감을 환기하기도 한다.
그 드러남이 완전함이 아닌 하나의 가능태로서 마치 파편과도 같은 던져짐과 그어짐을 통해 완전할 수 없는 세계와 생명의 양태(樣態)를 가시화 하고자 하는 것이며, 결국 가상으로 형성된 공간을 통해 생명체 내부의 기운과 활력, 소리, 생명에의 의지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또한 화면에 인위를 최소화 하여 현묘한 세계를 담아내고자 했다.
최대한 본인의 의식과 의도를 줄이고 반복적인 행위의 축적을 통해서 자연과 닮은 우연의 사태 즉 추상성과 회화의 본질에 다다르고자 하는 것이다.//신성호//
장소 : M543 갤러리
일시 : 2024. 7. 1 – 7. 27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