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김경자 작가의 ‘Flower’ 시리즈는 꽃을 그리되, 꽃을 그리지 않는 역설적 창작 방식을 보여준다. 작가노트에서 선언한 “마음이 기억한 방식으로 다시 피어난 두 번째 꽃”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자연 모사를 거부하고, 감정과 기억의 층위를 화면 위에 구축하려는 예술적 의지를 드러낸다. 이 작품들은 꽃의 구체적 형태보다 꽃이 남기는 심리적 울림을 시각화하는 작업이다.
화면을 지배하는 것은 명확한 윤곽의 꽃이 아니라, 뚜렷하지 않은 색의 덩어리들이다. 흰색, 검은색, 진홍색의 추상적 형태를 가진 꽃병들 위에서 분홍, 초록, 주황, 파랑의 색채가 번지고 겹쳐진다. 이 색의 중첩은 시간의 퇴적을 표현한다. 마치 기억이 선명함에서 흐릿함으로 변해가듯, 색들은 경계를 잃고 서로 스며든다. 작가가 “번지고 겹쳐지고 사라지며 비로소 하나의 꽃이 된다”고 표현한 창작 과정이 화면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형태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꽃 그림이라면 꽃의 정확한 구조와 생물학적 특성을 재현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꽃은 “정확한 모양도 이름도 없다.” 대신 “어느 날의 감정”이자 “지나간 시간의 색”으로 존재한다. 이는 추상표현주의의 영향 아래 감정의 직접성을 추구하는 현대미술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색채 자체가 감정의 언어가 되고, 붓의 움직임이 마음의 궤적이 된다.
각 작품마다 다른 배경색과 꽃병의 색상 조합은 다양한 감정 상태를 암시한다. 분홍 배경의 작품에서는 부드러운 향수가, 검은색과 주황색이 대비되는 작품에서는 강렬한 대조와 긴장감이 느껴진다. 푸른 배경의 작품은 고요함과 명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처럼 색의 선택 자체가 서사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붓은 형태를 찾지 않고 마음에 남긴 울림을 더듬는다”고 했다. 이는 회화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예술이 현실의 정확한 모사가 아니라, 내면의 진실을 표현하는 매체라는 믿음이 담겨있다. 따라서 이 꽃들은 보편적 대상으로서의 꽃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과 감정이 응축된 기호가 된다.
‘Flower’ 시리즈는 궁극적으로 기억의 불완전성을 긍정하는 작업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정확한 사실이 아니라 감정의 자국이며, 그것이 오히려 더 진실에 가깝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눈에 스쳐 지나간 꽃은 사라지지만, 마음에 남은 꽃은 작가의 손을 거쳐 다시 피어난다. 그것은 자연의 꽃이 아닌, 영혼의 꽃이다.

//작가 노트//
눈에 스쳐 지나간 꽃은 사라지지만
마음에 남은 꽃은 오래 머문다.
그 꽃은 정확한 모양도 이름도 없다.
어느 날의 감정이었고
지나간 시간의 색이었으며
설명되지 않는 한순간의 흔적이다.
기억 속에서 흐려진 선을 따라
느낌으로 번지는 색을 따라
붓은 형태를 찾지 않고
마음에 남긴 울림을 더듬는다.
번지고 겹쳐지고 사라지며
비로소 하나의 꽃이 된다.
그것은 보이는 꽃이 아니라, 남아있는 꽃…
마음이 기억한 방식으로 다시 피어난 두 번째 꽃이다.//김경자//
장소 : 부산시민공원 예술촌 갤러리2
일시 : 202. 3. 23 – 4. 4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