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하展(오션갤러리)_141120

김인하 작가는 중앙 무대에서 활동하다가 1998년 성산아트홀 개관 준비를 위해 고향 창원으로 내려 온 이후 작년 말까지 경남도립미술관장을 역임 하는 등 지역에서 작가와 행정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현대추상미술의 제 2세대에 속하는 작가는 국내외 여러 아트페어나 전시회에서 전시를 했으며 90년대에는 스페인의 MW갤러리 전속작가로도 활동했다. 작가는 ‘간극, gap’이란 주제로 현재 부산 오션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하고 있다.

오션갤러리는 두 개의 전시장이 있는데 평소 한 곳은 기획전, 또 한 곳은 상설전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김인하 개인전에는 두 장소를 모두 사용하여 전시를 하고 있어, 관객들에게 작가의 작품 세계를 더 많이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진한 색감의 색면추상 느낌이 나는 작품들이 눈에 띄며 선과 면의 혼용으로 구성된 작품들도 보인다. 작가는 여러 색상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으며 각 요소의 경계들은 어느 정도 선명한 구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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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갤러리 강주희 큐레이터는 작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김인하 작가는 재료와 방법에 있어서 많은 차용과 실험적 모색을 끊임없이 보여 줍니다. 모든 미술작가들 역시 그러하겠지만 ‘김인하’의 경우는 그것에 대한 집념과 열정이 두드러진 경우라 하겠습니다. 구획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한 화면, 그 공간성과 선의 흐름은 사유의 경지를 넘어 광의한 우주와 생멸의 철학을 추적해내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가로 세로 2미터 크기의 ‘간극, 2013’이란 작품은 여러 색의 면이 혼용되어, 일정의 무게감을 전하고 있다. 작품 크기의 효과도 있겠지만 작품 속 요소가 사람이나 사물에 비유해서 감상 해 보면 그 느낌이 또 달라지기도 한다. 각 색면은 섞여 있지만 어느 정도의 구분은 지어진다. 이것을 인간의 삶에 비유하면 ‘어울려 살아가지만 구분은 필요하고 붙어 있는 듯 하지만 간극이 존재하는’ 인간사와 닮은 의미를 전달한다.

『간극(間隙)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틈’이라 할 수도 있고, 구별을 지어주는 막(膜)이라 할 수도 있다. 틈에는 구체적인 것도 있고, 추상적인 것도 있다. 공간적인 것도 있고, 시간적인 것도 있다. 우주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형상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우리의 정신세계에도 간극이 있다. 간극은 어디에도 없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반드시 적절(適切)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간극은 너무 좁아도 제 기능을 못 하고, 너무 넓어도 제 기능을 못 한다. 적절하게 맞추는 데는 깊은 생각과 오랜 경륜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 모든 일과 일, 모든 사물과 사물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상호간에 간극을 통해서 관계를 맺고 소통도 이루어진다. 간극의 역할을 가장 적절하게 잘 하는 것을 예를 들면, 엔진의 원통과 피스톤, 집의 문과 문틀, 수레의 바퀴와 축 사이의 관계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제 역할을 다한다.』<허권수 교수의 글 중에서>

김인하 작가가 작품을 통해 보여주려는 ‘간극’은 철학적이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생활의 일부이며 항상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또 어떻게 생각해 보면 삶에 있어서 간극을 어떻게 조정하고 조율하느냐가 고민일 수도 있다. 과학 용어로 만유인력이 비슷한 예인 것 같다. 질량이 있는 모든 사물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간극’이라는 철학적 의미와 원리를 색면의 추상 화면을 통해 관객에게 다가선 이번 전시회는 오션갤러리에서 12월 12일까지 계속된다.

– 장소 : 오션갤러리
– 일시 : 2014. 11. 20 –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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